[우리말 바루기] 기도 /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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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기도(企圖)’는 ‘어떤 일을 이루려고 꾀함. 또는 그런 계획이나 행동’을 이른다. ‘시도(試圖)’는 ‘어떤 것을 이루어 보려고 계획하거나 행동함’이란 뜻이다. 사전의 뜻풀이로 보면 두 단어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쓰임새를 살펴보면 좀 다르다. “결국 극심한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그녀는 술·마약·섹스에 빠지게 됩니다. 때로는 자살을 기도하기도 하죠.” “서양 의학과 한의학을 접목하려는 노력이 최근 의료계에서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두 낱말이 어떤 일을 이루려고 꾀하는 것은 같으나 ‘시도’는 시험 삼아 해 보는 것이고, ‘기도’는 여객기 납치나 요인 암살, 열차 폭파 등과 같이 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일이나 무모한 일을 이루려고 꾀하는 것을 이를 때 주로 쓰인다.

‘시도’한다는 것은 시험 삼아 해 보는 것이므로 뭐든지 해 볼 수 있다. ‘기도’의 대상도 당연히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시도’의 사용 범위가 ‘기도’보다 넓다. 목표 달성 의식의 강도 면에서 ‘기도’가 ‘시도’보다 강하다는 것도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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