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영 새앨범 '병속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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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진지한 음악?재미있는 음악?둘다 좋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즐거운 음악을 하고 싶어요." 싱어 송라이터 서우영에게는 진지함과 익살이 공존한다.

무거운 소설과 가벼운 에세이를 적절히 배합해 발표하는 작가같은 분위기가 그에게는 있다.

1987년 강산에와 그룹을 만들어 음악활동을 시작한 서우영은 라이브 팬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뮤지션. 이은미나 강산에의 콘서트에 가본 팬이라면 그 뒤에서 기타를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이 긴머리 사나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윤도현.이정열.엄태환등이 뭉친 '김광석밴드' 에 참여, 흥겨운 노래와 개그맨 뺨치는 재담을 들려주고 있기도 하다.

그 서우영이 최근 새음반 '병속의 풍경' 을 발표했다. 97년 데뷔10년만에 첫 음반 '樂큰ROLL' 을 낸지 3년만이다.

'樂큰ROLL' 은 비치보이스 스타일의 서핑 뮤직과 블루스 록 등을 한국적 코드로 재가공한 음반이었는데 철저히 외면당했다. 대중에게 워낙 생경한 복고풍 장르들로 메워진 탓이었다.

그러나 이 음반은 대중음악의 뿌리인 로큰롤과 블루스에 대한 서우영의 깊은 이해력을 보여줬다. 사실 그는 '기초' '기본' 을 대단히 중시하는 펀더멘탈리스트(근본주의자)다.

슬라이드 기타주법을 익히려고 하루 10시간 넘게 연습하다가 손의 굳은살이 다시 연해졌다는 일화가 그것을 말해준다.

'병속의 풍경' 은 그런 탄탄한 음악적 기초위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사운드를 틔워낸 야심작이다. 윤도현의 포효와 강산에의 걸쭉한 음색을 섞은 듯한 서우영의 보컬이 하치, 테라오카등 일본인 기타리스트들의 능란한 반주와 맞물려 청자(聽者)의 귀를 파고 든다.

제목 그대로 팡팡 튀는 분위기의 '팝콘' , 박기영.강산에.이정렬등이 코러스로 참여한 타이틀곡 '기분내' 등이 그것이다.

이들 노래는 펑키한 리듬과 경쾌한 선율이 특징이지만 공허한 일상에 대한 비아냥과 그것을 극복하자는 다짐을 담은 가사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오랜 음악동료인 강산에의 자유스런 음악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이번 음반에서 자신만의 자유스런 마음가짐을 표현하는 것을 화두로 삼았다고 말한다.

단아한 진행이 돋보이는 '진달래' 나 담백하고도 절절한 발라드 '손' 은 그같은 의도가 잘 드러나는 곡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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