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기자가 독자에게 묻습니다] 출산장려금 지원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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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을 하면서 잘못한 게 하나 있어요. 바로 출산장려금을 준 일이지요.”

김영순 서울 송파구청장이 지난달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털어놓은 얘기입니다.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서울 시내 대부분 구청에서 시행하는 출산장려금을 주는 게 왜 잘못됐다는 걸까요.

배경은 이렇습니다. 김영순 구청장은 평소 출산장려금에 대해 소신이 있었습니다. “10만원을 더 준다고 아이 낳을 사람이 있겠느냐. 그 돈을 모아 차라리 구립 어린이집 하나를 더 짓는 게 (저출산 대책에)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이웃 구청에서 출산지원금을 늘릴 때도 김 구청장은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10월 출산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민원 때문이었습니다. “왜 다른 구청은 다 주는데 우리 구만 안 주느냐”는 구민들의 원성에 두 손을 들고 말았지요.

출산장려금 때문에 골치를 앓는 건 송파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구로구는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1.2명으로 서울 시내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가장 많이 들리는 곳입니다. 재정 상태가 넉넉하지 않은 구로구는 한 해 1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해 출산장려금 제도를 해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구로구도 내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합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다른 구청이 다 하는데 우리 구청만 안 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추진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지원 효과는 어떨까요. 지원금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를 입증할 자료는 아직 없습니다. 강남구는 지난해 둘째 50만원, 셋째 100만원 등 다른 구청보다 많은 출산장려금을 약속했지만 출산율은 최하위였습니다. 2007년 0.85명에서 2008년에는 0.82명으로 더 떨어졌지요. 지원 후 출산율이 오른 곳은 서울시 25개 구청 중 서초구가 유일합니다. 서초구 관계자는 “출산지원금 덕분이긴 한데 이유가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출산장려금(첫째 10만원, 둘째 50만원, 셋째 이상 100만원) 때문에 안 낳을 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 ‘이왕 낳을 아이라면 돈을 많이 주는 서초구에 가서 낳자’가 된 거지요. 서초구는 서울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중 하나로, ‘부자 동네’로 알려져 있지요.

마포구는 2006년 둘째 아이 이상 출생 시 1회 5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다 2007년 폐지했습니다. 신영섭 마포구청장은 “출산 문제는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출산장려금 같은 예산을 보육환경 개선에 쓰는 게 더 낫다”는 입장입니다. 출산장려금이 저출산 대책으로 타당할까요. 지원을 늘려야 할까요, 아니면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효과적일까요.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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