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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투표소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6대 총선 투표가 전국 2백27개 선거구에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모친 출상을 앞둔 상주가 상복차림으로 투표를 했고 영구 귀국한 사할린 동포와 탈북자들도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경남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 동명중학교 투표소에서는 13일 오전 6시 정각 김동주(79).윤무순(58.여)씨 부부가 상복차림으로 한 표씩을 행사했다.

이날 오전 9시 모친 출상을 앞두고 서둘러 왔다는 金씨 부부는 "모친을 잃은 슬픔도 크지만 국가적인 대사를 맞아 투표를 해야 할 것 같아 일찌감치 나왔다" 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귀순한 북한 국가종합체육단 축구단장 겸 감독 윤명찬(50)씨는 서울 양천구에서 투표를 마친 뒤 "북한에 살 때는 강압에 의한 선거라 투표의 의미를 몰랐다" 며 "나라를 잘 되게 하는 귀중한 한 표라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다" 고 한국에서의 첫 투표 소감을 밝혔다.

○…서울 중구 명동 동사무소에 마련된 명동 제1투표소에선 명동성당 수녀원 소속 수녀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이 투표소의 유권자 1천9백43명 가운데 30%인 5백70여명이 수녀 유권자.

선관위 관계자는 "지방에서 활동 중인 수녀들도 12일 밤 상경, 한 표를 행사해 다른 지역보다 투표율이 높을 것 같다" 고 말했다.

김수환(金壽煥)추기경과 정진석(鄭鎭奭)서울대교구장도 오전 9시50분쯤 투표소에 함께 나와 투표했다.

○…광주시 광산구 하남동 ㈜영일식품은 본사 휴게실에 설치된 투표소에 온 시민들에게 빵.우유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회사 입구에 도우미 3명을 배치해 장애인.노약자들의 투표도 도왔다.

회사측은 "배가 출출한 유권자들이 드시도록 빵과 우유를 준비했다" 며 "회사 제품에 대한 홍보 효과도 계산했다" 고 털어놓았다.

○…부산시 수영구 신종관(민국당)후보측은 용띠 처녀가 첫 투표를 하면 당선된다며 25세 처녀 3명을 투표 전날인 12일 밤 12시부터 각 투표소에 대기시켰다가 첫 번째로 투표케 했다.

辛후보측은 또 5세 남자아이를 어머니가 업고 투표하면 당선된다는 '속설' 에 따라 당원.선거운동원 가운데 40명의 모자도 투표토록 했다.

辛후보측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성을 기울인 것으로 봐달라" 고 설명했다.

○…전북 부안군 위도의 공영버스 측은 인근 5개 마을 유권자 6백10명의 교통편의를 위해 투표소인 위도초등학교까지 왕복 10차례 버스를 무료 운행했다.

진안군 부귀면 거석리 하금마을 이장 김종석(45)씨는 노인.장애인 16명을 자신의 경운기에 태워 부귀초등학교 투표소까지 안내했다.

○…대구시 동구에서는 선관위 관계자가 신분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유권자가 엉뚱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3일 오전 9시30분쯤 투표를 마친 李모(27)씨는 제4투표소(신암4동사무소)에서 투표해야 했으나 제5투표소(덕성초등학교)에 등재된 동명이인의 이름으로 투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 동촌동 제4투표소에서는 제1투표소 선거인 명부에 등재된 洪모(50)씨가 등재번호가 같은 다른 유권자란에 서명하고 투표하는 착오가 발생했다.

선관위측은 "이름.주민등록번호.사진.등재번호를 철저히 확인하지 않아 일어난 실수" 라며 "그러나 선거구가 같고 투표록에 착오사실을 기재해 투표 자체는 유효하다" 고 유권해석했다.

○…지난 2월 영구 귀국해 경기도 안산시 고향마을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할린동포 9백70여명 중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는 2백60여명이 성안초등학교에서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중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박해국(78)씨는 목발을 짚고 부인 최옥선(74)씨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장에 나와 투표했다.

1943년 징용으로 사할린에 끌려가 광부일을 했다는 崔씨는 "선거가 생소하지만 불우이웃을 도와줄 것으로 판단된 후보를 찍었다" 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방학3동 동사무소에 마련된 방학3동 제3투표소에 1900년 생인 이승동 옹이 오전 일찍 투표했다.

광복 이후 대선.총선.국민투표.지방선거 등 모든 종류의 선거를 한번도 거른 적이 없다는 李옹은 이번 총선에 투표해 역대 선거투표 개근을 기록했다.

○…광주시 북구 두암2동 '통일의 집' 에 사는 비전향 장기수들도 출소 후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비전향 장기수 4명 중 투표권이 있는 이공순(65).이재용(55)씨는 인근 청운어린이집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지난해 특사로 풀려난 이공순씨는 "6월 정상회담을 앞둔 이번 선거는 장기수와 이산가족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며 "죽기 전에 통일 조국에서 주민 대표를 뽑는 진정한 선거를 해보고 싶다" 고 말했다.

이곳에 살고 있는 비전향 장기수 중 이경찬(65).김동기(67)씨는 본인들이 주민등록 갖기를 거부해 투표권이 없다.

○…광주 광산구선관위는 관내 70개 투표소에 민주당 전갑길 후보의 허위경력 사실을 알리는 벽보를 일제히 붙였다.

벽보내용은 "全후보는 동신대 겸임교수로 1999년 3월 1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재직했으나 현재는 재직하지 않고 있다" 는 것이다.

이는 무소속 나병식 후보가 全후보의 선거벽보.공보에 기재된 교수 재직경력이 허위라며 이의신청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벽보 등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라는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은 선거법 위반" 이라고 밝혔다.

총선기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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