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약전골목 상인들 대학 편입 '단체 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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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4억여원의 로비자금을 마련해 총장.학과장 등을 상대로 편입학 로비를 벌인 대구 약전골목의 한약재 판매상 24명과 이들에게서 거액의 돈과 기자재를 받은 총장.교수 등 대학 관계자 3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대구경찰청 수사과는 15일 6900만원의 금품을 받고 편입학을 도와준 혐의(배임수재)로 충남 J대학 한약자원학과 학과장 양모(45)교수와 양 교수에게 로비한 혐의(배임증재)로 이모(45)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이모(59)총장과 도모(45)교수, 약재상 23명 등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 약재상 24명은 2년제 모 대학 한약자원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1년 3월 J대학 3년에 편입하기 위해 1인당 2000만원씩 갹출, 4억여원의 로비자금을 마련했다.

관리약사를 고용하지 않고 단독으로 한약재를 도매하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경찰수사 결과 학생대표로 뽑힌 이씨는 양 교수를 여러 차례 만나 향응을 베풀고 현금 69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도 교수에게는 2500만원을, 이 총장에게는 300만원 상당의 보약과 빔 프로젝트 등 7000만원 상당의 학습기자재를 전달했다.

J대학은 생명공학부 내 한약자원학 전공을 한약자원학과로 학칙을 개정, 평소 2~3명이던 편입학 정원을 44명으로 늘려 2002년 1학기 때 이씨 등 19명을 합격시켰다.

또 성적이 낮아 불합격이 예상되는 5명에 대해서는 정원에 미달한 기계공학부에 일단 합격시킨 뒤 학칙에도 없는 '전공 변경'을 통해 한약자원학과에 편입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두 교수는 학칙을 위반해 매주 이틀씩 대구 한약도매협회 사무실에서 '출장 강의'하고도 캠퍼스에서 강의한 것처럼 꾸며 학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편입생들은 지난 2월 학사 학위를 받고 모두 졸업했다.

이 같은 비리는 편입생 대표 이씨가 로비자금 가운데 1억6000만원을 횡령, 한약업자들 사이에 말썽이 일면서 드러났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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