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위성도시 돼야 농촌이 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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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농촌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한 목소리다. 무너지는 농촌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이 농촌을 살릴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다.

최근 경북 의성군 의성초교의 군위-의성 합동연설회와 성주군 성주초교에서 열린 고령 - 성주 합동연설회에서도 후보들은 정파를 떠나 이구동성이었다.

빚더미에 눌린 농가, 밀려드는 외국 농산물, 최근의 구제역 파동까지 빼놓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그런 대로 접어줄 수 있지만 지역발전 구상 부분에 이르면 얘기가 이상해진다. 농촌의 위성도시화 공약을 하는 후보들이 있는 것이다.

군위-의성의 한 후보는 "의성은 경북 북부지역의 거점도시인 안동의 주거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고령-성주 연설회에서는 한 후보가 "대구의 위성.전원도시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 대구지하철 2호선을 고령 - 성주까지 유치하겠다" 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를 들은 한 60대 노인은 "도시 사람들이 잠자는 곳으로 개발하면 농산물은 누가 생산할 것인가. 부동산 투기가 일어 일부 땅 있는 사람들만 득을 볼 것 아닌가" 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도시 인근지역 위성.전원도시 개발의 허구는 수도권에서 나타나는 '난개발' 실상에서 이미 분명히 드러나 있는데도 이런 공약을 하는 후보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난개발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목격했다.

특화 작목을 육성한다거나 부가가치가 있는 현지 가공산업을 키우겠다는 등 농촌의 특성을 살리는 발전전략을 제시해야 할 것이 아닌가.

성주군의 한 마을 주민들은 참외 소득을 높이기 위해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지만 초고속 전산망이 설치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시화가 아니라 정보화가 시급한 것이다.

후보들이 선거 때문에 가끔 농촌을 찾을 뿐 도시에서 살다보니 도시의 환상에 빠진 것 같아 씁쓰레했다.

안장원 총선기동취재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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