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월드 자산 매각 ‘큰 장’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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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상환 유예를 요청한 두바이 국영기업 두바이월드가 구조조정을 위해 핵심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WSJ은 “두바이월드가 그동안 핵심 자산 매각을 기피해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를 피해 나갈 만한 여지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WSJ은 두바이월드의 우량 자회사인 세계 3위의 항만운영기업 DP월드를 핵심 자산의 예로 들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도 이날 매각 가능한 두바이의 우량 자산으로 DP월드와 국영 전기·수도회사인 데와(DEWA), 에미레이트항공 등을 거론했다. 외신 전망대로 된다면 ‘두바이 대바자’가 열리는 셈이다.

두바이의 자산 매각 시나리오는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두바이 쇼크’ 이후 두바이와 두바이 기업이 해외 자본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FT가 “두바이가 스스로 생명줄을 잘랐다”고 표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부다비가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아부다비는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아부다비가 뒤에 버티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중앙은행이 현지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을 약속한 게 대책의 전부다.

두바이의 재정수입에는 주로 두바이월드와 같은 국영기업이 효자 노릇을 했다. 하지만 DP월드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영기업이 두바이월드처럼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렇다고 조세 수입도 기대하기 힘들다. ‘세금 없는 두바이’는 별 볼일 없는 사막도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동력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두바이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821억 달러. 이 가운데 도·소매(38.6%)와 부동산·사업 서비스(14.7%)가 두바이 경제의 절반을 차지한다. 반면 두바이의 채무는 800억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 규모에 비해 빚이 너무 많은 것이다. 게다가 두바이는 단기로 돈을 빌려 장기 건설 프로젝트에 쏟아부었다. 나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속속 돌아오는 채무를 갚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핵심 자산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두바이월드는 전 세계 12개국 30여 개 도시에서 7만여 명을 채용하고 있다. UAE 바깥에도 자산이 많다. 두바이월드의 자회사인 나킬은 인공섬 ‘팜 주메이라’를 조성했을 뿐 아니라 캐나다 ‘태양의 서커스’ 지분 20%를 두바이월드의 투자회사인 이스트스마르와 함께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인 인피니티 디벨롭먼트는 카지노회사 MGM 미라지의 지분 9.5%를 갖고 있으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사업 규모 85억 달러에 달하는 호텔·레저 복합건물을 추진 중이다. 스포츠·레저 투자회사인 레저코프는 미국 애스펜 소재 스키리조트의 지분을 사두고 있다. 두바이월드는 750억 달러 상당의 자산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산이 환금성이 적은 부동산에 묶여 있는 탓에 실제 매각할 경우 500억 달러로 자산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FT는 분석했다.

두바이월드와 두바이 당국은 외신들이 거론하는 우량 자산의 매각 가능성을 부인한다. FT는 “보석 같은 기업을 내다 파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두바이 지도자들이 이를 감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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