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새 천년 첫승 거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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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코리안 특급' 박찬호(LA 다저스)가 이라부 히데키와의 한.일 투수 맞대결에서 완승, 새 천년 첫승을 거뒀다.

5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다저스-엑스포스 2차전은 1차전과 스코어까지 똑같은 다저스의 10 - 4 승리. 이로써 다저스는 시즌 2연승을 기록했다.

불안하게 맞이한 첫 경기. 더구나 상대는 올해 뉴욕 양키스에서 이적해온 일본인 투수 이라부 히데키였다.

이라부는 시범경기에서 1점대 방어율로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1회초 선두타자 디본 화이트의 홈런에 힘입어 1 - 0으로 앞섰지만 2회 2사1, 2루의 위기 때 유격수 케빈 엘스터가 평범한 땅볼을 놓쳐 동점을 내주면서 오늘 경기가 힘겹게 진행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경기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다저스 타선이 3회초 2번 마크 그루질라넥의 중전안타를 시작으로 개리 셰필드의 2점 홈런 등 8번타자까지 7연속 안타행진을 벌이며 7점을 뽑아낸 것.

어깨가 가벼워진 박은 3회 1안타, 4회 볼넷을 한개씩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넘기며 승리에 다가섰다.

5회 박은 2루타 1개를 포함한 2안타와 몸맞는공 1개, 폭투 1개 등으로 2점을 내줬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6회에도 박은 2루타 2개로 1점을 내준 후 10 - 4로 앞선 7회부터 마운드를 오난 마사오카에게 물려줬다.

6이닝 동안 6안타 4실점 3자책점. 삼진은 3개를 잡았고 4사구 5개에 폭투 한개를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95마일(시속 1백52㎞)

박은 2회 1사1, 2루에서 좌전안타로 출루한 블라디미르 게레로를 재치있는 2루 송구로 잡아내기도 했다.

공격에서는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으며 4회 1사만루에서 때린 총알같은 안타성 타구가 상대 2루수 글러브로 빨려들어가 시즌 첫 안타를 기록하는데 실패했다.

한편 일본 관중들의 환호 속에 등판한 이라부는 2회까지 홈런 1개를 포함, 3안타 1실점에 삼진 3개로 버텼으나 3회 셰필드의 투런홈런 등 5연속 안타를 맞고 6실점, 아웃카운트 한개도 잡지 못한 채 강판당했다.

몬트리올〓LA지사 김홍식 기자

박찬호 일문일답

- 처음으로 시즌 첫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됐는데.

"초반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 가벼운 마음으로 던질 수 있었다.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좋았다."

- 5, 6회 구위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점수 차가 커 전력투구할 필요가 없었다.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면서 컨디션을 점검했다."

- 상대 투수가 이라부라는 점을 의식했나.

"이라부와 맞대결하는 만큼 더 잘 던지고 싶었다. 3루쪽엔 한국팬이, 1루쪽엔 일본 관중들이 응원하는 분위기가 재미있었다."

- 투구 내용에 대한 평가는.

"체인지업이 좋았다. 6회 2루타를 맞았으나 잘 던진 체인지업이었다.투구폼을 바꿨지만 정규 시즌이 시작돼 더이상 신경쓰지 않겠다."

▶데이비 존슨 감독

"대단히 만족스런 피칭이었다. 공격적인 피칭을 했고 잠시 흔들렸지만 곧바로 페이스를 찾았다. 찬호는 우리의 주축 투수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 토드 헌들리 대신 기용한 채드 크루터의 투수 리드도 흠잡을데 없었다."

▶포수 채드 크루터

"변화구와 체인지업이 아주 좋았다. 삼진 3개와 병살타는 이 구질로 유도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놀런 라이언과 케빈 브라운, 시애틀 매리너스에서는 랜디 존슨의 공도 받아 보았지만 찬호는 전혀 뒤지지 않는 구질을 갖고 있다. 불리한 볼 카운트나 누구나 직구를 던질 것으로 생각하는 볼카운트에서도 체인지업을 던져 효과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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