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황사 전파설'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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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중국에서 넘어오는 황사가 구제역의 원인일 수 있다는 농림당국의 입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2일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고 반박하고 나섰다.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들은 2일과 3일 조심스럽게 '황사 전파론' 을 제기했다.

농림부 김동근(金東根)차관은 2일 구제역의 원인을 묻는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한국과 일본의 바이러스 유형과 시기가 비슷한 점 등으로 봐 원인물질이 중국에서 황사 바람을 타고 서해안에 도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김옥경(金玉經)수의과학검역원장도 3일 "1981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바람을 타고 영국으로 넘어간 사례도 있다" 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교원대 정용승(鄭用昇)교수는 "황사 발원지인 중국 사막지역은 풀이 자라지 않아 목축이 불가능한 곳이어서 가능성이 작다" 고 밝혔다.

국립환경연구원 유재근(柳在根)원장도 "공기 중 바이러스가 황사와 함께 한반도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1~3일 사이에 자외선 등의 살균작용에 의해 소멸된다" 고 설명했다.

'정P&C연구소' 의 정영철(鄭領哲)소장 역시 "구제역에는 18종류가 있으므로 황사에 의해 전염됐다면 파주에서 확인된 O형 이외에 다른 종류도 발생했어야 이론적으로 맞다" 고 말했다.

한편 중국 농업부는 "건초를 햇볕에 말린 뒤 한국에 수출하기까지 6개월 이상 걸려 구제역 감염 가능성이 희박하며 중국내 구제역 발생지역도 황사와 관계없는 곳" 이라고 반박했다.

중국 동식물검역국 동물검역처도 "한국은 먼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건초에서 바이러스를 찾아낸 뒤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순서" 라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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