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레이다] 학력 등 후보간 '흠집내기'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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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4.13총선 선거운동 나흘째를 맞아 전국의 후보들은 갖가지 이색적인 방법으로 표밭가꾸기에 나섰다. 일부 선거구에선 후보들 간에 학력.경력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산 수영.영도.서구에 출마한 상당수 후보들은 선거벽보.공보 등 선거 관련 홍보물을 폐지가 50% 정도 섞인 재생용지로 만들기로 결의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시민단체.기업.정부 등 66개 단체가 참가하고 있는 '녹색상품 구매 네트워크' 라는 연합체가 벌이는 재생용지 사용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이같이 결의했다" 고 밝혔다.

○…전주 덕진 무소속 오정례후보는 '애마부인 여의도 간다. 주연 오정례' 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이 말을 타는 모습을 담은 대형 플래카드를 금암동 옛 분수대 앞에 내걸고 유권자의 한표를 부탁했다.

같은 지역구 한나라당 허남주 후보는 자신의 기호 1번을 감안한 듯 '남편들이여 하루에 한번 아내의 손을 잡아 주세요' 라고 쓰인 플래카드로 맞서고 있다.

○…강원 강릉의 한나라당 최돈웅 후보는 31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강릉MBC 주식을 액면가(주당 5천원)로 시민에게 분양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정정하는 소동을 벌였다. 강릉MBC 대주주(49% 보유)인 최후보는 이날 "서울MBC와 협의해 강릉MBC 주식을 시민에게 양도해 시민의 MBC로 발전시키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양도하는 것은 기부행위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자 '양도방법은 재산평가 기관에 의뢰해 공정한 평가액으로 시민들에게 공모할 계획' 이라는 내용의 정정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보냈다.

○…울산 남구 민주당 이규정후보는 31일 "김 대통령이 부임초기 외환 위기를 1년6개월 안에 극복할 수 있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은 극복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라" 며 장을 지지는 상징적 의미로 뚝배기와 서한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앞으로 보냈다.

李후보는 이날 오전 울산시 남구 남울산우체국에서 장봉재(莊峯在)선거 대변인 명의로 뚝배기 그릇 안에 A4 용지 한장 반 분량의 서한을 담은 소포를 서울 영등포구 한나라당 李총재 앞으로 발송했다.

○…부산 부산진을 민국당 이철희 후보와 한나라당 도종이 후보 사이에선 학력위조 논쟁이 벌어졌다.

李후보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都후보가 H대 수료 뒤 D대에 편입해 졸업한 것으로 D대 학적부에 기록돼 있으나 H대에는 학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며 허위학력 의혹을 제기. 이에 대해 都후보는 "H대 2년 수료 뒤 정상적으로 D대에 편입했으며 정식 학위도 받았다" 고 반박했다.

○…울산지역 노동자들의 표밭을 노리는 민주노동당 후보들은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 등 현대계열 사업장과 협력업체 앞에서 출퇴근 시간대 유세를 펼치고 있다.

북구의 최용규 후보는 매일 출퇴근 때 한 시간씩 현대자동차 정문 5곳을 돌며 근로자들의 표심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구에 출마한 이갑용 후보도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출퇴근 시간에 맞춰 직원을 상대로 '노동자 대표' 를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 수성갑에선 후보들 간에 '철새' 논쟁이 불붙었다. 자민련 박철언 후보측은 한나라당 김만제 후보를 겨냥해 "고교 졸업 후 서울로 가서 선거 한달 전에 내려온 사람이 '철새' 아니냐" 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맞서 金후보측은 "수성구에서 초.중.고를 마쳤으며 수성에 뼈를 묻을 진짜 수성 사람" 이라며 반박했다.

○…경기 수원 권선 무소속 김정태 후보는 "여당 후보가 경찰을 동원, 선거운동을 방해했다" 며 3일째 선거사무실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金후보는 "경찰이 지난달 28일 오후 6시10분부터 2시간 가량 선거운동차량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며 "출동했던 경찰관들을 처벌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 고 밝혔다.

당시 金후보의 차량에는 '000을 김정태로 바꿔보자' 는 문구가 적혀 있었으며 金후보측은 경찰관들에게 '사진촬영을 한 뒤 우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보내줄 것' 을 요구했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선관위 관계자들이 현장 출동이 지연돼 30분가량 함께 기다렸을 뿐" 이라고 해명했다.

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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