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동의 중국世說]오바마의 방중으로 태동하는 미-중의 초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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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정경평론가인 Zachary Karabell은 최근 “초융합(superfusion) : 미국과 중국은 어떻게 하나의 경제체가 되는가, 그리고 왜 세계의 번영은 그것에 의존하는가?” 라는 저서로 세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저서는 소위 Chimerica 개념하에 “Chimerica는 세계번영의 새로운 틀이므로 중,미 양국은 새로운 사고와 태도로‘중미국’의 신시대를 맞기 위해 협력해야 하며, 이것이 초융합이다” 라고 주장한다.

지난 11.12-19 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매머드 방문단을 이끌고 역사적인 아시아 순방을 실시하여, 세계의 눈을 아시아 대륙으로 모았다. 이번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을 놓고 미국언론들은 “일본에서는 同床異夢을, 중국에서는 만리장성의 벽을 실감한 오바마는 오직 한국만이 편안한 방문이었다”고 순방의 초라한 성적을 성토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미국의 아시아 복귀는 域內 영향력이 증가되는 중국 견제의 의도도 있다”고 지적하고, “오바마가 G2를 외친다고 해서 일본의 매몰 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며, 미-중간 패권경쟁적 접근에 일본의 왜소감을 애써 지우려 했다. 중국에서는 “중-미 양국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주요 국제이슈를 논의한 것은 의의가 있으며, 양국의 정치적인 신뢰가 돈독해지고 있다”는 덕담 수준의 평이 나왔다.

일찍이 전쟁영웅 나폴레옹은 “외교는 화려한 옷을 입은 정치다”라는 명언을 했다. 오바마는 화려한 외교적 망또를 걸치고 방중의 최대 이벤트인 상하이 타운홀 미팅의 연단에 섰다. 그러나 이 행사는 당초부터 성과의 제한이 잉태된 전술적 게임이었다. 이 미팅에 참가한 중국 대학생들은 사전에 上海시 교육위 주관으로 철저한 집체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復旦대학 교수는 대학생들에게 오늘의 중-미 관계, 양국의 정책개요, 주의사항 등을 강의했다. 또한 오바마에게 질문한 학생 2명은 모두 共靑團 신분으로서 復旦대학위원회 연구실 부주임과 同濟대학 외국어학부 團委서기였다. 여기서부터 미국은 한 수 접히고 정상외교의 大 會戰을 시작한 셈이다.

오바마 정부의 외교전략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과 동맹을 강화하여 외교적 도전과제와 부담을 세계 각국과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 기조다.그러기에 오바마는 “미국은 강력하고 번영된 중국의 등장을 환영한다”면서 중국측에 G2 부상에 상응한 국제사회에서의 책임과 역할을 주문했다. 그러나 중국은 국민 개인소득 등 종합 국력면에서 아직은 G2 대접받기가 이르다며 정중히 사양했다. 바로 이 대목이 지금 중-미관계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학자들은 “미국은 중국측에 더 많은 책임과 국제사회의에의 공헌을 요구하고 있는 데, 중국은 계속해서 鄧小平 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책략을 원하고 있어 중-미관계의 큰 장애가 되고 있다”고 논평했다. 반면에 중국학자들은 중국의 책임분담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이 중국에 대한 Super Power 대접을 강조하는 배경은 분명히 해야 한다” 고 역공을 하고 있다. 심지어 어느 중국학자는 오바마 취임후 미국외교는 “책임하청”의 신 사고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이 국제분쟁에 여러 국가들을 끌어 들이려는 음모라고 주장하기도 한다.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 주어야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정치학적 선 순환 행위인지 계산이 복잡해 진다.

이런 논쟁가운데도 현재 미-중 양국은 상호 견제와 대립보다는 협력이라는 패를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근거로는 우선 오바마가 중국어에 능통한 중국전문가로서 중국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가진 인물이다. 그래서 주중대사도 중국인 수양딸을 둔 존 헌츠먼을 임명했다. 그리고 지금 중-미 관계는 전략 및 경제대화라는 이름으로 양국간 외무, 재무장관들의 회합이 정례화 되고 있다. 그 회합에서 다루는 범위도 양국 현안을 넘어 북한 및 이란 핵,국제금융, 대 테러는 물론, 비 전통 안보분야인 환보,기후 문제까지 범세계적인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의 글로벌 협력이란 아직 공감대를 형성한 수준이다. 이들이 진정한 협력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초융합의 개념에 의거, 미국은 중국측에 책임기대 수준을 한 단계 낮추고, 상생의 공간과 기회를 더 주어야 한다. 중국도 이제는 지역적 이익상관자(stake holder)에서 세계적 이익상관자로 위치가 전환된 점을 고려하여 조속히 국제적 안목을 키워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강자로 전면에 나설 채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향후 신 국제질서는 미-중 협력의 G2 형성 구도를 포함하여 일본, 러시아, 인도, EU 등에 의해 다극화 구조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력균형 측면에서는 당분간 중국이 주도하는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 )’ 보다는 미국주도의 ‘워싱톤 컨센서스’가 더 힘을 발할 것이다

이러한 초융합의 미-중 협력과 다극화라는 세계질서 재편의 회오리는 우리에게 기회와 도전을 함께 강요할 공산이 크다. 아마도 기회보다는 도전의 험산이 먼저 손짓을 할 지도 모른다. 즉 한반도 문제에서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미-중 양국이 한국을 배제하고 자기들끼리 모종의 빅딜을 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일본과 러시아도 동북아 주도권을 놓고 출사표를 던지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한국은 과거처럼 ‘안보우산’이라는 고정관념으로 미국에만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여타 강대국들과도 관계 재 정립에 필요한 양자 및 다자간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즉 G2의 한 축인 중국, 脫歐入亞를 외치는 일본, 잠재적 Super Power인 러시아 및 인도와도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전략적 대화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한-중 관계는‘전략적 협력동반자’라고는 하나, 아직은 상호 신뢰수준과 진정한 의사소통이 미흡한 상태임을 우호라는 美辭로 은폐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도 수동적인 국제규범 수용자에서 탈피, G20 체제 등을 통한 규범 창조과정에 참여하는 가운데 UN, WTO 등 다자 국제기구내의 발 빠른 세계문제 논의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중국 현대외교의 달인 周恩來는 “모든 외교는 다른 수단들로 벌이는 전쟁의 연속이다” 라고 說破했다. 최근 守城의 독수리(미국)와 奪城을 노리는 용(중국)이 외교라는 온유한 수단으로 속내를 감춘 채 천하의 패권을 다투는 전략적 총력전이 점입가경을 향해 질주하는 모양새다. 하늘에서 다투는 이 兩雄들을 땅에서 바라보는 작은 호랑이(한국)는 눈은 현란하고 가슴은 조려야 할 현실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한형동 산둥성 칭다오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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