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자씨 변호사된 양인석씨…94년 담당검사로 징역 구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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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6년 전 피고인과 검사로 만난 장영자.양인석(梁仁錫)씨가 의뢰인과 변호사로 재회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梁변호사가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張씨의 20억원 사기사건의 변론을 맡으면서 이어졌다.

梁변호사는 1994년 1월 張씨가 연루됐던 1백억원대 어음 연쇄 부도사건의 주임검사였다.

서울지검 특수1부 수석검사였던 梁변호사는 실타래처럼 얽힌 금융사건을 꼼꼼히 수사, 張씨를 사기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당시 법정에서 梁씨는 "張피고인이 오랜 기간 수감생활을 하고서도 가석방상태에서 다시 범죄를 저지른데다 법정에서도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어 중형에 처해야 한다" 는 논고를 펼치며 張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梁씨가 96년 9월 검찰을 떠나 변호사 개업 뒤 張씨가 이듬해 8월 옥중에서 편지를 보내오면서 두 사람은 '화해' 의 물꼬를 텄다.

수감 중 자신의 일생을 소재로 원고지 4천장 분량의 장편소설 '환영의 창' 을 집필했던 張씨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10년을 구형한 검사와 새로운 인연을 맺고 싶다" 며 "법적으로 내 사건의 핵심을 꿰뚫고 있으니 고문 변호사를 맡아달라" 고 청해 왔다.

그러나 梁변호사는 "현직 때 수사한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곤란하다" 며 정중히 사양했다.

張씨는 98년 8.15 특사로 석방됐으나 다시 사기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 위기에 몰리자 梁변호사를 다시 찾았다. 수차례에 걸쳐 남편 이철희(李哲熙.76)씨와 함께 읍소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그해 9월 첫 공판 직후 梁변호사가 張씨측의 제안을 수락했다.

梁변호사는 "검사 시절 개인적 감정에서 張씨를 수사하지 않았다" 며 "지난해 옷로비 사건 특별검사보로 발탁돼 잠시 소홀하기도 했지만 최종 선고가 날 때까지 성실히 변론하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20억원 사기사건에 대해서는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만큼 왈가왈부할 수 없다" 며 언급을 자제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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