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이상 현역 중진들, 인물·일꾼론 내세워 배수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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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감나무도 감이 주렁주렁 열리려면 10년이 걸립니다. 30년 된 깨끗하고 튼튼한 거목이 여기 있습니다. "

30일 오후 부산 사상구 감전2동 재래시장 거리유세에서 7선의 신상우(辛相佑.민국당)의원이 열변을 토했다. 한나라당 일변도로 흐르는 듯한 분위기에 위기감을 느껴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辛후보측은 말했다.

비슷한 시간 이기택(李基澤.부산연제.8선 도전)후보는 부산MBC 후보토론회에서 6명의 후보로부터 "이제 후진들에게 양보할 때" 라는 집중포화를 받았다. 그는 "꿈나무도 좋고 세대교체도 좋지만 내가 큰 머슴" 이라고 반격했다.

15대 총선과 1997년 포항북 보궐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지면 3연패로 정치재기가 불가능하다는 배수진을 치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 한다.

민국당 최고위원이기도 한 辛.李후보는 가끔 만나 동병상련의 정을 나눈다.

이들은 자민련 오세응(吳世應.성남 분당을)의원과 함께 이번 선거의 지역출마자 중 최다선 후보다.

세명 모두 한나라당 공천탈락의 쓰라림을 경험했다. 吳후보는 공천탈락 얘기만 나오면 얼굴을 벌겋게 붉히며 호칭도 생략한 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비난한다.

5선 후보도 10명이나 된다.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연천-포천)총재처럼 지역구를 부인(趙南淑.64)에게 완전히 맡겨놓고 전국 유세지원에 나서는 여유있는 후보도 있지만 대부분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다.

한나라당 김영구(金榮龜.60.서울 동대문을)의원과 민주당 김영배(金令培.67.서울 양천을)의원은 자식 나이뻘인 젊은 세대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김영구 의원은 이날 전농동 시장을 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과 함께 돌았다. 金의원측은 차기 국회의장, 혹은 정권교체 뒤 국무총리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물론으로 '바꿔 바꿔' 분위기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김영배 의원은 자신이 시민단체의 낙천자 명단에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며 "젊다고 다 깨끗한가" 라고 반문하면서 16대 국회 국회의장을 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부산 중-동에 출마한 박찬종(朴燦鍾)전 의원은 지난 97년 대선 때 이인제(李仁濟)후보를 민 데 대해 "30년간 키워준 부산시민의 기대를 저버린 점을 사죄한다" 면서 "그래도 DJ와 싸우려면 이 박찬종을 밀어달라" 고 호소하고 있다.

일부 후보는 무차별 흑색선전도 준비하고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돼야 한다" 는 절박감이 5선 이상 후보들의 진영에 깔려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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