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락초등학교 '어린이 지킴이' 안용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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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30일 오전 8시 10분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초등학교 횡단보도. 안용준(安龍俊.79)할아버지가 초등학생들이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너는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다.

이때 파란 신호등에 초등학생 1년 蔡모(7)군이 뛰어오다 넘어졌다. 安할아버지는 대기중인 운전자들에게 손을 들어 알리고 급히 달려가 蔡군을 일으켜 세운 뒤 안전하게 학교로 보냈다.

安할아버지는 "갓 입학한 초등학생들이 횡단보도를 빨리 건너려다 넘어지는 경우가 잦아 파란불만 켜지면 달려갈 준비를 한다" 고 말했다.

매일 오전 8시면 집을 나와 자전거로 8분 거리인 이 곳에 도착해 1시간 정도 교통지도를 한 지 12년. 安씨는 "아침마다 운동삼아 시작한 일이 이제는 '본업' 이 돼 버렸다" 며 미소 지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교통지도를 하면 1만원을 받지만 安할아버지는 초등학생들을 볼 때마다 보살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나흘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또 1985년엔 노원구 상계1동 노원마을내 1백40평 공터에 1백70만원을 들여 그네.철봉.미끄럼틀 등을 갖춘 놀이터를 만들어 동네 어린이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생활보호대상자인 安할아버지는 노원마을 전세방(1백만원)에서 살고 있으며 길거리에서 장난감차를 팔아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다.

"95년 9월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데 나 때문에 자기 아들이 무사히 졸업하게 됐다며 4만원을 건네 준 사람도 있었다" 며 "돈이 문제가 아니라 감사해하는 그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98년 어린이 교통사망자는 1백64명이며 이 가운데 1년생이 57명(35%)이며 사망자중 65%가 보행중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安할아버지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는 아침마다 초등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돕겠다" 고 밝혔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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