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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3월] 초대시조 '꽃의 이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꽃의 이름>

꽃이 생환하는 데는

일기는 상관이 있는가

안개 자욱하다 보면

착각이 일기 쉽다

희비(喜悲)를 벗어난 꽃에게

무슨 이름을 붙이나.

만장(挽章)도 변명도 없이

꽃이 떠났었지만

생환하는 언덕도

아무 꾸밈이 없었다.

수많은 그 꽃말들이

적절한 이름이 될까.

선정주

◇ 시작노트

노자(老子)가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 이라 해놓고 현빈(玄牝)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은 오히려 적절한 이름이 아니라는 뜻을 담은 것 같다.

피고 지는 꽃에게 수많은 꽃의 이름, 또 꽃말들을 붙여주고 있지만 그것이 진정 적절한 이름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꽃의 일을 사람의 일로 환산하여 우기는 것을 본다. 오히려 꽃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은 아닌지.

마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자연을 훼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것은 행패가 아닐 수 없다. 그 이름이 적절한지 아니한지 모르면서 우기고 뽐내는 것은 세상을 속이는 일이다.

<약력>

▶경남 고성 ▶부산 고려신학대 졸업.신학박사 ▶한국문인협회 이사 ▶계간 '현대시조' 주간 ▶울 성림교회 담임목사 ▶현대시조문학상.문예한국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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