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콜] 개그맨 박희진, 성대모사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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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여자 심현섭이요? 듣기 싫은 소리는 절대 아니지만 남의 개그 모방한다는 인상을 줄까 걱정되네요. 김대중 대통령 성대모사는 저도 고등학교 때부터 했거든요. "

믿거나 말거나, 개그맨들에게 훌륭한 성대모사 소재를 제공했다는 점은 DJ의 빼놓을 수 없는 업적. 엄용수.심현섭의 뒤를 이어 DJ 성대모사로 주목받는 여성 개그맨이 등장했다.

MBC의 새 오락프로그램 '개그사냥' '스타 레볼루션' 등에서 능수능란한 목소리 연기로 주목받는 박희진(28)이 그 주인공이다.

DJ와 이다도시 흉내로 큰 인기를 끈 심현섭의 경우처럼 박희진의 성대모사도 성(性)을 넘나드는 것이 특징. 배우 이대근, 가수 윤복희, 만화주인공 딱따구리와 로드러너, 1970년대 후시녹음 영화의 간드러진 여자 성우 목소리까지 종횡무진이다.

계원여고 재학시절 학교 선생님들 흉내를 내면서부터 시작한 박씨의 성대모사는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물론이고, 바쁜 일정에 쫓긴 짧은 전화인터뷰 도중에도 수없이 튀어나올 정도. 혼자서 여러 명의 목소리를 옮겨가며 '북 치고 장구 치는' 그를 보고 오락프로 담당PD들은 "무당끼가 있다" 고 평했다는 후문이다.

요즘은 개그맨이 아니더라도 유명인 흉내 한두건쯤 못해서는 토크쇼에 명함도 못내미는 성대모사의 전성시대. 박씨는 "이런 '개인기' 를 높이 사주는 시대 분위기와 제 장기가 맞아떨어졌다" 고 자신이 주목받는 이유를 설명한다.

지난해 MBC공채 10기 개그맨으로 방송활동을 시작한 새내기 개그맨 박씨는 알고 보면 대학을 한 차례 졸업하고, 다시 서울예대에 입학해 개그맨의 꿈을 키운 늦깎이. 남들은 다 취직하는 나이에 다시 대학에 들어간다니까 집에서 완전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다.

"영화 '약속' 에 오디션을 봐서 단역이지만 간호사 역을 따냈더니 식구들의 눈빛이 좀 달라졌어요. 그러다가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건 개그맨' 이라고 했더니 다시 천덕꾸러기가 됐지요. "

그렇게 힘들게 시작한 개그맨인 만큼 그가 들이는 노력도 만만치 않다.

매일 볼륨 죽인 비디오를 틀어놓고 화면에 맞춰 즉석 연기를 펼치는 연습을 하곤 한다.

개그맨이야말로 언제라도 끊이지 않는 '비장의 무기' 를 내놓아야 하는 직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넘어져도 곧바로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웃음을 보여주고 싶다" 는 그는 " '개그사냥' 과 '개그콘서트' 를 너무 비교하지 말아달라" 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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