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 할머니들, 회고담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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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작업중에 화장실에 가는 것은 허락됐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화를 냈다. 숙소에서 식당, 식당에서 공장으로 줄지어 이동하는데 곁눈질만 해도 일본인 반장이 때렸기 때문에 무서워서 앞만 보고 걸었다. "

1943년 일제 하에서 근로정신대로 끌려가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도토쿠(道德)공장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던 梁모(70)할머니의 회고담이다.

한.일 양국이 정신대(挺身隊)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헌병들에 의해 군수공장으로 끌려가 고생했던 할머니들의 사연이 최근 책으로 출간됐다.

이들 할머니 5명의 한 많은 인생살이를 한국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 후원회가 담아 발간한 '내 생전에 이 한을' 이다.

이 책은 유족회와 할머니들이 일본 당국과 법정투쟁을 벌이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일본어로 출간한 뒤 국내에도 정신대 문제를 새롭게 상기시키기 위해서 번역본으로 출간했다.

梁씨를 비롯한 할머니들은 초등 5~6학년 때인 12~13살 어린 나이에 "돈도 벌고 여학교에도 다닐 수 있다" 는 일본인 교장과 헌병들에게 속아 근로정신대에 들어가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할머니들을 기다린 것은 전쟁에 필요한 비행기와 군함을 만드는 군수공장과 끼니도 제대로 주지 않는 지옥같은 생활이었다.

이 책에는 돈 한푼 받지 못한 채 정신대로 끌려가 받은 정신적 상처로 지금까지 불면증과 신경쇠약 등으로 고통받는 할머니들의 애절한 사연이 담겨 있다.

광주〓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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