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이상범 '돌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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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하늘물에 눈 닦은 금박의 별 마당과

내설악 물에 씻겨 보살이 된 조약돌

원력의 손엔 빈 바리때 뾰죽탑은 늘어갔다

장마들면 거센 비질 탑이 온통 쓸려가도

길손은 혼을 밝혀 탑은 다시 태어나도

쌓았다 헐리는 시간 속 별자리도 기울었다

돌들이 돌을 깎아 빛을 끌어 당긴다

만해 그 매운 눈빛 등줄기에 꽂아두고

저물면 탑신이 걸어나와 별의 말을 귀띔했다

-이상범(65) '돌탑'

"백담사 앞 개울바닥엔 크고 작은 조약돌로 만든 돌탑이 수백개 서있었다" 는 지은이의 설명이 붙어 있는 3수의 시조다. 매월당 김시습의 글방이 되기도 하고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이 거기서 태어났다하여 '만해 기념관' 이 세워지고 지난해는 세계 석학까지 불러들여 만해축전이 쩌렁했었다. 그 앞 개울의 돌탑들에서 만해의 매운 눈빛은 으레 보겠네만 탑신이 걸어나와서 별의 말을 귀띔했다니 그래 무슨 말을 했을까?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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