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100년 전 뉴욕의 골칫덩이 마차의 말똥 처리 전차·자동차가 해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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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제학은 눈부신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리학 이론을 원용한 ‘복잡계 경제학’, 생물학 이론을 바탕으로한 ‘진화경제학’,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 등이 그것입니다. 모두 복잡한 경제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 연장으로, 정식 이름을 얻진 못했지만 색다른 경제학적 시각을 담은 별난 경제학 책을 두 권 소개합니다.


매춘부들의 수입, 학생들의 학력저하, 음주운전과 음주보행의 안전도 차이…. 도대체 경제학과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이런 주제를 다루는 경제학자가 있다. 사이비가 아니다. 경제학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시카고 대학의 특별석좌교수이자 2006년 타임지 선정 ‘이 세상을 만든 100인’에도 들었던 스티븐 레빗이다. 전작 『괴짜경제학』으로 국내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그가, 같은 공저자와 속편을 냈다. 별난 소재, 파격적 주장은 여전하고 유머 감각도 그대로 살아 있다.

슈퍼 괴짜경제학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348쪽, 1만3000원

미국의 경우 매춘부들의 수입은 100년 전과 비교해 푼돈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섹스 자체에 대한 수요가 줄었을 리 없고, 미국 남성들이 도덕적으로 향상된 것도 아니며 매매춘에 대한 처벌이 특별히 강화되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책에 따르면 매춘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인데 그 경쟁상대란 혼전 섹스 등에 너그러워진 ‘일반’ 여성들이란다. 1933~1942년 사이에 태어난 미국 남성 중 적어도 20%가 매춘부와 ‘첫 경험’을 했지만 현대 젊은이들의 경우 5%만이 그렇다든가, 이전 세대에선 33%만이 혼전 섹스를 경험했지만 지금은 70% 이상이라는 근거를 제시한다.

지은이들은 혼전 섹스를 범죄로 규정하거나 무거운 세금을 물리도록 하는 법안이 만들어졌다면 이 ‘가장 오래된 산업’이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란 우스개를 던진다. 덧붙여 매춘업에 종사하는 많고 많은 사람들이 정부 고위관리들과 ‘안면’이 있지만 ‘슬프게도’ 설탕이나 제강산업과 달리 그런 입법을 추진할 로비스트를 구하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이것이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엉뚱하게 적용했다는 느낌이라면 미국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다룬 대목은 도발적 주장이 눈길을 끈다. 1967과 1980년 사이에 미국 학생들의 시험 점수는 약 1.25학년만큼 낮아졌다.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이런 사태는 페미니즘의 성공 탓이란다. 1960년대 평등임금법과 민권법이 통과된 후 고학력 여성들이 임금이 높은 법률· 의료· 비즈니스 등으로 많이 진출했기에 교사들의 ‘두뇌유출’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1960년 여성교사의 약 40%가 IQ 및 기타 적성검사에서 상위 20%에 속했고 바닥수준은 8%에 그쳤다. 하지만 20년 후 조사에서 상위수준 여성교사는 절반으로 준 반면 바닥수준 교사는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결국 교사의 수준이 낮아지면서 학생들의 학력도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19세기 말 뉴욕은 말과 마차에 의한 교통사고·소음·말똥에 시달려 ‘말이 없어도 생존할 수 없고 말과 함께도 살 수 없는’ 지경에 몰렸다. 이 난국을 타개한 것은 지금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린 자동차와 전차였다. 사진은 마차와 사람이 뒤섞여 다니던 뉴욕 거리. [중앙포토]

그런가 하면 남녀임금격차는 성차별보다 성취욕의 차이가 더 큰 원인이란 주장도 제시한다. 고소득 남편을 둔 여성들이 첫 아이 출산 후 몇 년 이내에 노동시간을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그 논거다. 그러면서 똑똑하고 총명한 수많은 여성들이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MBA를 따지만 결국은 똑똑하고 높은 임금을 받는 남성과 결혼해 일을 덜하게 되는 모순을 슬쩍 꼬집는다.

책에는 이처럼 ‘과연 그럴까’ 싶은 설명과 주장이 수두룩하다. 음주운전이 음주보행보다 안전하다는 통계가 나오고, 테러리스트들은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상류층 출신이 많다는 연구결과도 실렸다. 19세기 말 미국 뉴욕시가 주요 교통수단인 말과 마차에 의한 교통정체와 소음, 교통사고 사망자 그리고 말똥처리에 쩔쩔 맸는데 이 난제를 해결한 것이 전차와 자동차였다는 대목에서는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길고 가는 호스 끝에 풍선을 매달아 성층권에 극소량의 이산화황을 뿌려 볼 만하다는 제안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도 한다. 설사 그것이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 때 일시적으로 기온이 떨어졌다는 사례에서 얻는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그렇다.

이 책은 ‘경제학’보다 ‘괴짜’에 방점이 찍힌 책이다. 그러니 취업이나 고시 준비에 도움이 될 책은 아니다. 돈을 버는 데 쓸모있는 책은 더욱 아니다. 하지만 실망할 것 없다. 경제학 자체가 부를 쌓는 데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름난 경제학자 중 데이비드 리카도, 존 메이너드 케인스 정도가 갑부 소리를 들을 정도였음 기억하자. 대신 다양한 일상의 사건과 인간행동을 이해하는 ‘경제학적 사고’를 키우는 데는 이만한 책을 찾기는 힘들겠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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