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측 회견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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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몽구 회장측의 26일 긴급 기자회견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작전 끝에 열렸다.

기자회견은 오후 2시30분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렸으나 기자들에게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0분 전부터. 시간.장소가 미리 새나갈 경우 정몽헌 회장측의 방해공작이 시작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때문에 일부 기자들은 뒤늦게 회견장에 나오는 등 소동을 벌였다. 또 이날 낮 12시쯤부터 긴급 기자회견이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새나가자 정몽구 회장측은 "회견 시간은 오후 5시 전후" 라는 역정보를 흘리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이 계동 본사 사옥이 아닌 시내 호텔이란 점도 정몽헌 회장측이 본사 건물의 철창을 모두 내리고 기자들의 출입을 원천 봉쇄했기 때문. 본사에서의 기자회견이 어려워지자 정몽구 회장측은 오후 1시쯤 비밀리에 조선호텔에 회견장을 마련했다.

이에 본사 사옥을 소유하고 있는 현대건설(사장 김윤규)측은 "건물 보안시스템 공사 때문에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측은 지난 24일 그룹 구조조정본부가 정몽구 회장을 그룹 회장에서 밀어내는 인사 내용을 발표하자 곧바로 시내 모호텔에 '작전실' 을 마련하고 반격을 위한 대책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회장은 25일 오전까지 이 호텔에서 묵으며 작전수립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26일 오전 10시30분쯤 정주영 명예회장과의 담판을 마친 정몽구 회장은 곧바로 자동차계열 사장단을 긴급 소집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그룹 회장으로의 복귀를 명예회장으로부터 인가받은 사실을 알리고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했다.

점심 식사도 거르면서 진행된 이날 대책회의는 예상보다 길어져 당초 오후 1시로 잡았던 기자회견을 1시간0분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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