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밸리는 지금] 판치는 루머 벤처 옥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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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테헤란밸리의 한 인터넷 업체 홍보실장 J씨는 2주일째 회사 근처 신경정신과 병원에 다닌다. 회사와 관련된 악성 루머에 시달리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인 때문이다.

그는 "전화나 회사 방문을 통해 루머의 진위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을 일일이 대응하자니 미칠 지경" 이라고 하소연한다.

테헤란밸리의 주요 벤처기업들이 난무하는 각종 루머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회원 정보' 와 관련된 것. 내부 직원이 회원 정보를 빼내 경쟁업체에 팔기 위해 협상을 벌이며 돌아다닌다는 내용이다. 회원 정보를 바탕으로 먹고 사는 인터넷 업체에 이같은 루머의 확산은 '사형선고' 나 다름없다.

뿐만이 아니다. 'B전자가 미국 M사에 인수 합병된다' 'S사와 U사가 합병한다' 'D사 핵심 연구원들이 스톡옵션이 적다며 집단 사표를 냈다' 는 등의 루머가 하루에도 수십개씩 새로 만들어진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여의도 증권가에까지 확산돼 주가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사정은 약간 다르지만 일부 인터넷 뉴스 사이트는 "H사를 둘러싼 인수나 제휴 소문이 그치지 않는다.

H사는 과연 누구와 손잡을까" 라는 질문을 내고 답을 고르게 한 다음 그 결과를 보여주는 난까지 만들어 놓고 있다.

치명적인 루머를 퍼뜨려 경쟁업체를 죽이려는 일부 비도덕적인 벤처 종사자들, 소문을 띄워 한몫 챙기려는 코스닥 작전 세력들….

부족한 인력.자금에도 불구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술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벤처 세계에 루머가 아닌 실력으로 승부를 거는 '벤처 정신' 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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