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해결도 인터넷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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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무허가 약장수들이 활개쳐 노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

전북 임실의 金모(46.자영업)씨는 지난 16일 전북도 직소 인터넷 민원홈페이지(http://www.provin.chonbuk.kr)에 이런 글을 올렸다.

金씨는 도청이 이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2년 전 마을 진입로 포장과 관련, 수차례 도청을 방문해 민원을 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다음날로 e-메일을 통해 "즉각 단속하겠다" 는 회신이 왔다. 지금은 동네에서 무허가 약장수들을 찾아볼 수 없다.

관청과 관련한 '시민생활혁명@인터넷' 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시 감사관실 朴모(7급.여)씨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시 홈페이지(http://www.metro.seoul.kr) '고충민원방' 을 들르는 손님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들어 지난 22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다섯배가 넘는 2백65건의 민원이 이곳에 접수됐다. 하루 평균 세건 이상의 민원을 접수해 1주일 안에 결과를 통보해야 하다 보니 오후 10시 넘어까지 근무하기 일쑤다.

전북도청의 경우 올들어 22일까지 인터넷을 통해 도에 접수된 민원은 1백62건으로 전체 민원 3백23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7건(15%)보다 세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고충민원방' 말고도 홈페이지 게시판과 실.국 인터넷 사이트에 오른 건의사항.불편신고 등을 합치면 인터넷 민원은 하루 1백여건이 넘는다.

서울시가 접수하는 하루 4백30여건의 민원 중 전화.서류 접수 등 3백30건을 제외한 23%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전화민원은 지난해 하루 4백76건에서 올해는 3백10건으로 34% 줄었다.

인터넷 민원접수가 급증하는 것은 멀리 떨어진 관공서를 직접 찾지 않고도 집에서 컴퓨터로 신청할 수 있어 시간.돈이 절약되고 서류를 만드는 불편도 없기 때문이다. 처리결과도 e-메일로 즉시 받아 볼 수 있다.

또 늑장을 부릴 경우 e-메일로 항의하거나 게시판에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답변도 최장 1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오히려 공무원들로부터는 민원 중의 상전(上典)으로 대접받는다. 처리가 미진하면 공개 게시판에 항의문이 뜨기 때문이다.

서울시 주택국 李모(34)씨는 "재건축사업 민원은 현장조사 등에 시간이 필요한데 민원인들이 이틀만 지나도 '왜 빨리 해결하지 않느냐' 며 e-메일로 따진다" 고 털어놨다.

인터넷 민원이 늘면서 시위.방문.서류 처리가 줄어 업무의 효율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북도 민원실 관계자는 "도청에서 시위를 하는 집단 민원이 올들어 두건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20여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고 밝혔다.

반면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악용해 특정인에 대한 비방과 허위사실을 유포, 피해를 보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대전시 민원봉사실 이진화(36.여)씨는 "비방.욕설 등을 담은 민원이 하루에 많게는 서너건이 오를 때가 있다" 며 "정중히 자제를 구하는 답신을 올린다" 고 말했다.

서형식.양영유.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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