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보들 선거전략 안보 노이로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총선을 앞둔 후보들이 정보 유출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나 정책대안이 경쟁 후보측에 새나가면 여의도행은 물거품. 이에 따라 후보들마다 컴퓨터 해킹방지와 체온감지 보안시스템, 도청장치 탐지 등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철통보안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보안의 1차 대상은 선거전략의 모든 것이 담긴 컴퓨터. 국정원 출신의 모 후보는 컴퓨터의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해킹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 극비사항이 담겨 있는 주 컴퓨터 2대의 모뎀을 아예 제거했다.

또 '아이디어' 를 보호하기 위해 버려지는 서류.복사지는 완전히 파쇄하고 기획실의 나무문도 철문으로 대체했다.

서울 강북의 B후보측은 선거기획 내용이 담긴 컴퓨터의 본체를 업무가 끝나면 아예 모니터에서 떼어 들고 다닌다. 해킹이나 복사.출력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주요 정보의 하드디스크 저장 금지▶e-메일 전송의 경우 인증시스템 활용▶중요한 내용은 대면 접촉 등 보안지침을 만들어 관계자에게 수시로 주지시키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P후보측은 지난 20일 도청탐지기술팀을 불러 지구당 사무실을 샅샅이 뒤졌다.

특정 관계자만 알고 있는 후보의 일정을 상대측이 미리 파악해 곳곳에서 방해공작을 벌이기 때문이다. 도청장치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부정기적으로 도청테스트를 실시키로 했다.

서울 강남에 출마하는 한 후보는 비서진에 "반드시 디지털 휴대폰으로 전화하고, 팩스도 주기적으로 전송목록과 번호를 점검하라" 고 지시했다. 행여 중요한 선거전략이 도청되거나 팩스가 잘못 전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가 하면 유선전화를 통해 메일을 보내면 해킹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 휴대폰을 이용해 메일을 보내는 등 첨단기기를 활용하는 방안도 후보들 사이에 애용되고 있다.

무인 경비업체도 대목을 만났다. 대표적인 보안업체인 에스원에 따르면 현재 무인경비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지구당.선거사무실은 전국에 39곳. 이중 17곳은 올들어 경비시스템을 설치했다.

또 다른 경비업체인 캡스도 현재 40개의 지구당 사무실에서 경비시스템을 가동중이며, 이중 20여곳이 최근 새로 설치한 곳이다.

서울에 출마하는 J후보는 지난 14일 부랴부랴 무인 경비시스템을 설치했다.

전날 외부인이 이웃 건물의 옥상을 통해 사무실에 침입하려다 잡히자 보안장치를 설치키로 한 것이다. 현재 30평 남짓한 J후보 사무실에는 첨단 체온자동감지 센서가 설치돼 외부 침입자가 들어오면 곧바로 경비업체 중앙관제실과 112파출소로 연결된다.

J후보측은 "수십명이 드나드는 사무실에 출입카드가 5개밖에 없어 불편하지만 선거판에서는 정보 하나가 목숨보다 소중하니 어쩔 수 없다" 고 말했다.

사회부 총선팀〓이상복.박현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