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튀는 서비스' 경쟁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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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공짜 광고, 소프트웨어.e메일 무료 제공, 제품 상설 매장 설치…. 우량 중소기업을 잡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이색 서비스 공세가 올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예금은 넘치는데 꿔 줄 데는 마땅찮은 은행들이 돈 떼일 염려가 적고 이자.수수료를 꼬박 꼬박 잘 내는 우량 중소.벤처기업들을 단골로 잡기 위해 고객만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것.

대출금리.수수료를 깎아주거나 담보 범위.담보 인정 비율을 확대하고 부분 보증제도(은행.신용보증기관이 대출 리스크를 분담해 주는 것)를 도입하는 식의 마케팅은 이미 낡은 수법.

근래엔 한술 더 떠 톡톡 튀는 유통업체식 판촉 아이디어까지 내놓고 있다.

특히 기술.아이디어가 유망한 장래의 우량기업에게는 은행들이 위험 부담을 안고 벤처 투자까지 하기 시작했다.

조흥은행은 최근 거래 중소업체들에게 회계관리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면서 프로그램 값의 절반(30원만)을 보조하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40여곳에 이 프로그램을 깔아줬다.

대부분 외부감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자산 70억원 미만의 기업들.

"경리.회계 업무가 서투른 곳을 도와주고 영세업체의 회계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장이 추진 실적을 관심있게 챙기고 있다" 고 은행 측은 전했다.

한미은행은 여성이 경영하는 중소업체에 특히 열심이다. 지난해 말 여성기업에게 금리를 우대해 주는 대출 상품을 만든 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우량 여성기업 고객의 광고를 무료로 해 주기 시작해 최근 골프 용품업체인 두조시스템의 광고가 매체를 탔다.

신한은행은 'CMS 2000' 이란 첨단 자금관리 시스템을 이달부터 중소업계에 깔아주고 있다.

한국정밀화학.CTG시스템 등이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은행권과 개별 기업을 연결하는 일종의 금융전산망으로 기업체들이 자금 관리와 은행 거래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농협중앙회는 지방자치단체들과 손잡고 싼 금리의 대출 상품을 개발해 이달부터 판촉에 나섰다.

지자체가 금리 일부를 보전해 금리를 연 6%대로 낮춘 것으로 농.수.축산업체 뿐 아니라 일반 중소업체에도 대출해 준다.

중소기업은행은 지난달부터 중소업체에 e메일을 무료로 만들어 주고, 홈페이지 제작에 필요한 표준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또 본.지점 5곳에 설치한 고객업체 제품 상설 전시.판매장을 앞으로 더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12월부터는 고객 회사 및 제품을 홍보하는 사내 방송 프로그램을 매주 제작해 전국 지점에 방송하고 있다.

하나.산업.신한 은행 등은 최근 중소기업 대출 사전 승인제도를 도입했다.

일단 우량업체로 판명이 나면 연간 10억원 가량의 한도 안에서 대출을 미리 승인해 줘 업체가 돈이 필요할 때 건수 별로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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