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맛집] DJ, "고향의 맛이 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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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자동에 있는 ‘신안촌’ 이금심 대표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남아있었다.

(DJ, ‘고향의 맛이 난다’며 좋아해)

잘 삭힌 홍어와 3년 된 묵은지, 담백한 돼지고기 이 세 가지가 바로 ‘홍어삼합’. 여기에 청정해안에서만 자라는 매생이와 신선한 굴을 넣고 끓인 ‘매생이국’, 그리고 ‘낙지꾸리’를 더하면 전라남도 토속식단이 완성된다. 이 음식은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 태생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장 사랑한 것들이다.
“미국 망명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평민당을 창당(1987.11.12) 하셨을 때 처음 찾아오셨어요. 죽마고우와 같이 오셨죠. 홍어를 드시면서 고향의 맛이 난다고 아주 좋아하셨어요.”

(푸짐하게 여러 사람과 나눠 먹어야)

‘신안촌’의 재료들은 대부분 신안에서 공수된다.
“토속음식이란건 그 지역만의 맛을 담은 거잖아요. 당연히 재료도 전라남도 것을 사용해야죠.”
토속음식은 지역의 맛뿐 아니라 지역의 정서까지 담아낸다.
“우리집 주 메뉴인 ‘홍어삼합’이나 ‘낙지꾸리’ 등은 제사음식이에요. 제사음식은 푸짐하게 차려 조상께 감사를 드린 다음 여러 사람들과 나눠먹잖아요. 김 전 대통령께서도 마찬가지셨어요. 늘 좋은 사람들과 같이 오셔서 나눠먹는 것을 좋아하셨어요. 가끔 홍어나 농어가 선물로 들어오면 가져오셔서 다른 손님들과 나눠드셨죠."

(대통령이 인정한 ‘귀여운 사장님’)

“참 유머가 많으신 분이셨어요.”
이금심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한번은 저보고 음식 솜씨가 좋다고 남편한테 귀여움을 듬뿍 받을 거라고 하셨죠.”
또 한 명 기억에 남는 대통령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도 자주 방문하셨어요. 늘 안희정 위원님과 서갑원 의원님이 함께였죠. 처음 뵈었을 때는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대통령이 되실 줄은 몰랐죠. 좋은 인상에 늘 조용하셨죠. 항상 말씀은 서갑원 의원님께서 다 하셨죠. 홍어보단 ‘낙지꾸리’를 참 잘 드셨어요. 종로구 보궐선거 때는 맛있는 음식이 고마웠다고 선거운동원들과 저희 집에서 자주 식사를 하셨어요.”

(한 달 야채 값만 1000만원)

1986년에 시작해 어느덧 20년이 넘은 ‘신안촌’.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은 ‘한결같은 맛’을 칭찬한다.
“해산물은 모두 신안에서 가져와요. 묵은지는 나주의 금강토굴에 3년 이상 보관한 것을 쓰고요. 저희 집은 밑반찬을 제철 해산물이나 야채를 사용해요. 갓 김치의 경우 해풍을 맞고 자란 나주 토종 갓을 사용하죠. 음식은 재료가 생명이에요. 저희 집에 오시는 손님들의 기대감에 부응해야죠.”
이금심 대표의 이런 고집은 재료값에서 두드러진다. 일년치 매생이를 구입하는 데 7000만 원, 한 달 채소 값이 10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식당 한켠에 자리잡은 커다란 고무대야들 역시 고집 중 하나다.
“바닷물이 들어 있어요. 노량진에서 여과기로 깨끗이 정화된 바닷물이죠. 해산물을 손질할 때는 최대한 민물을 적게 해야 해요. 깨끗한 바닷물로 손질해야 해산물 본연의 맛을 지킬 수 있죠.”

(홍어냄새 못견뎌 떠난 종업원도 많아)

이미 입소문으로 꾸준한 매상을 올리는 ‘신안촌’이지만 이 대표에겐 고민이 있다.
“음식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손맛과 청결도 큰 몫을 하죠. 토속음식 맛을 잘 살릴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홍어는 시큼한 냄새가 난다. 이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떠난 종업원도 많다고 한다.
‘신안촌’의 주방에는 세 종류의 도마가 있다. 빨간색, 노란색, 흰색으로 구분되는 도마들은 용도가 다르다.
“야채는 노란색, 김치는 물드는 것 때문에 빨간색 도마를 사용하죠. 흰색 도마는 홍어를 썰 때만 사용해요. 다른 음식과 섞어서 사용하면 홍어의 냄새가 밸 수 있으니까요.”

대통령도 반한 고집이 만든 전라도 토속음식은 종로 내자동(본점)과 광화문(2호점)에서 맛볼 수 있다.

뉴스방송팀 최영기·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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