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또 원점으로 돌아가는 원전센터 선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원전센터(핵 폐기물 관리 시설) 부지 선정 작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센터 예비신청 마감이 15일로 다가왔지만 단체장이 신청서를 내겠다는 데는 한 곳도 없다. 게다가 부지 선정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공론화 기구를 만들어 처음부터 논의하자는 열린우리당 중재안을 수용함에 따라 정부의 입장이 아주 어렵게 됐다. 공론화 기구를 통해 토의가 원점에서 시작하게 되면 부안사태 이후 부지 재선정에 들어간 7개월이 다시 허송세월되는 셈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아예 원전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공론화 기구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될지도 의문이다. 어렵사리 합의가 이뤄져도 그 시기는 다시 1년 이상 늦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원전센터를 못 지어 원전에서 사용된 장갑 등수거물을 원전 부지 내에 임시저장 중인데, 그나마 몇년 내 포화상태가 된다. 센터 건립에 드는 시간을 감안할 때 속히 부지를 정해야 하는데 이렇게 질질 끌고만 있으니 문제다.

원유 한 방울 안 나는 한국 입장에서 원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국내 전력의 40%를 공급하는 원전이 없으면 국민생활과 경제, 국가 경쟁력 유지는 불가능하다. 대체에너지 개발은 고비용과 저효율 때문에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해결책은 원전뿐이며, 고유가 시대를 맞아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우선 정부의 정책 추진 능력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인천 굴업도 이후 20여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단체장들의 무소신도 문제다. 원전센터가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민단체 눈치 보느라 꽁무니를 빼고 있다. 환경.시민단체들의 반대가 가장 큰 문제다. 원전을 반대한다면 전력 확보를 위한 다른 방안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현실에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왜 인정하려 하지 않는가. 우리 경쟁력을 위해 값싼 전력을 위한 다른 방안이 있다면 그 대안을 제시해 보라. 원전센터 부지 선정이 이렇게 대책 없이 흘러가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