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맞는 선생님들이 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폭행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경북 H여고에서 2학년 A모(17)양이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담임교사 B모(41.여)씨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린 뒤 발로 밟았다.

발단은 A양이 학교에 가져간 핸드폰이었다. A양은 학생지도 교사에게 압수당한 핸드폰을 담임교사에게 "되찾아달라" 고 요구했으나 B교사가 거부하자 수업을 중단하고 책가방을 꾸려 교실을 나섰다.

이에 B교사가 A양을 뒤쫓아가 복도에서 출석부로 한차례 머리를 때린 뒤 교실로 데려와 한두차례 손찌검을 하며 나무라자 A양이 이에 격분, 교사를 폭행했다.당시 교실에는 40여명의 학생들이 있었지만 이 광경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한 교사는 "사고 직후 달려가보니 B교사가 쓰러져 있었고 교사의 치마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고 전했다.학교측은 사건 이후 학생에게 반성문을 받은 뒤 현재 전학을 권하고 있는 상태다.

◇ 빈번한 교사 폭행〓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학생들에 의한 교사 폭언.폭행 등 교권침해 현황을 분석한 결과 1997년 36건이던 것이 98년도엔 70건, 99년도엔 77건으로 2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9월 부산의 한 고교에서는 나무라는 여교사를 폭행해 이빨을 부러뜨렸으며 이에 앞서 4월 대구 모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숙제를 하지 않았다고 꾸짖는 여교사의 멱살을 잡고 때려 입술이 터지는 등 교사폭력에 연루된 학생들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한국교총 조흥순 홍보실장은 "교사가 체벌하려 하자 이에 맞대응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라며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 이라고 설명했다.

이웃 일본의 경우 문부성 조사 결과 91년 6백건에 불과했던 중학생의 교사폭행이 97년 3천건이 넘는 등 일반화돼 있다.

◇ 교사폭행 오락 기계도 등장〓지난해부터 서울 등 대도시 학교주변의 전자오락실에 학생이 교사를 집단 구타하는 내용의 '캠퍼스 블루스' 란 게임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1백~2백원만 내면 교사와 학생들이 2인 1조를 이뤄 패싸움을 벌이는 내용. 게임은 교사의 지시에 학생이 반발하는데서 시작된다. 서울 B중의 한 교사는 "학생들이 화가 나면 오락실에 가서 화풀이를 한다는데 솔직히 겁이 날 때도 많다" 며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아예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 고 말했다.

◇ 대책〓교육부는 교사폭행 사건의 경우 고문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교권보호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같이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만 주는 교육체제에서는 학생들의 교사 구타가 잦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는 연세대 교육학과 한준상(韓駿相)교수는 폭행사건 상당수가 교사 체벌로 시작되고 있으므로 현실적인 체벌 규정을 세워 운영하는 방안 마련을 제안했다.

교육부는 또 학생.교사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교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학교별로 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들어 오는 5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