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년전 인더스문명 '새도시'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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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도쿄〓남윤호특파원]최근 모헨조다로와 하라파에 비견될 만한 5천년전 도시유적이 인도에서 발굴됐다.

인도 정부 문화재국은 기원전 3천~1천5백년에 만들어진 도시구조가 거의 완전히 남아있는 드라비라 유적의 주요부분을 발굴한 결과 성채와 광장 등 공공시설, 주택가, 수도시설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서로 7백81m, 남북으로 6백30m규모인 이 도시유적은 규모나 연대 면에서 인더스문명의 대표적 유적인 파키스탄의 모헨조다로나 하라파에 필적하는 것으로 당시 도시의 전체 모습과 발전과정을 처음으로 해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인더스문자 해독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간판' 과 2백점이 넘는 도장이 발견돼 관심을 더하고 있다.

드라비라유적은 파키스탄과의 국경에서 약50㎞ 떨어진 인도 서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습지대 안의 한 섬에 자리잡고 있으며 성채 내부는 49개의 구획으로 정연하게 나뉘어져 있다.

지배계층이 거주하던 곳은 성의 남부로 가로 1백51m, 세로 1백18m 규모의 별도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성의 내부는 동서로 나있는 대로에 의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며 남쪽에 인더스문명 최대규모의 직경 4.1m의 우물이 있고 여기서 퍼 올린 물은 수로를 따라 수조(水槽)로 흘러들어가게끔 만들어졌다.

대로의 지하에는 폭 0.5m, 높이 1.7m의 돌로 만든 상수도가 뻗어있으며 수조는 발견된 것만 16곳으로 외벽 내부면적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성 동쪽에 있는 수조의 경우 가로 26m, 세로 35m이상, 깊이 7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규모다.

특히 출구 가까이 있는 땅속에서는 목판에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가로 27㎝, 세로 37㎝ 크기에 10자의 인더스문자가 발견됐는데 발굴팀은 이것이 문에 걸려있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간판' 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인더스문자는 약 4백 종류나 되는데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이 도장에 몇 글자가 새겨진 것이 대부분이어서 4대문명의 글자 중 유일하게 해독이 안된 상태.

이번에 발견된 다수의 문자도 물론 해독되지는 않았지만 도시나 왕의 이름이 새겨진 것으로 보여 해독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또 폭 47m, 길이 2백83m의 광장도 모습을 드러냈는데 광장 양쪽으로는 관객석으로 보이는 계단으로 된 경사면이 있다.

발굴단은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경기장으로 각종 축제나 집회, 교역의 장소 등, 다목적으로 쓰였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발굴단은 이 도시에서 발견된 유물의 연대측정 결과 기원전 3천년에서부터 번성기인 기원전 2천5백년경을 거쳐 방치된 기원전 1천5백년에 이르기까지 크게 7차례에 걸쳐 이 도시를 건설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도시의 발전과정을 연구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드라비라 유적은 지난 1967년 발견된 후 예비조사를 거쳐 90년부터 본격적인 발굴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의 모헨조다로의 경우 지하수위가 높아 발굴이 어렵고 하라파는 일부가 파괴됐으나 드라비라 유적은 비가 적은 습지에 자리잡아 도시가 황폐화한 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보존상태가 아주 좋다.

또 지하수위도 높지 않아 발굴이 용이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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