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피난' 脫서울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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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른 전셋값을 견디지 못해 서울에서 수도권 외곽으로 쫓겨가는 '전세피난'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4천만~5천만원이면 30평형대 아파트 전세를 구할 수 있고 새 아파트가 많은 서울 북부 지역에 올들어서만 1천가구 이상씩 유입됐다.

경기도 의정부 시청에 따르면 지난 1~2월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5% 많은 1천3백74가구가 순증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대부분이 서울에서 이사온 세대로 급등한 전셋값을 피해 온 경우로 보인다" 고 말했다.

남양주시도 올들어 두달 동안 전출보다 전입이 1천1백82가구 많았다. 고양시는 유입가구 증가율이 지난해의 두배에 가까웠다.

용인시도 지난해보다 50% 많은 1천7백79가구가 늘었고, 광주군은 두배 이상 증가했다.

일산 신도시 명가부동산 이현옥 사장은 "일산의 전세 물건이 부족한 것은 서울 사람들이 많이 이사오기 때문" 이라며 "기존 이 지역 주민들이 부근 탄현.중산 등지로 밀려나가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전세피난은 서울 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998년 봄 6천7백만~7천만원이었던 목동 현대아파트 33평형의 전셋값은 요즘 1억3천만원선으로 뛰었다.

이에 따라 2년 전에 세든 세입자들이 4천만원 정도 싼 양평동.화곡동 등지로 이사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최근 매물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가격 상승세도 꺾였지만 전셋값이 가장 낮았던 98년 3~7월에 계약한 세입자가 많아 오는 7월까지 전세피난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셋값 상승분을 둘러싸고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소송까지 빚어지고 있다. 98년 3월말 서울 서초동 삼호아파트 34평형을 8천5백만원에 세준 서모씨는 세입자에게 5천5백만원 올려주거나 집을 비우라고 요구했지만 세입자가 버티는 바람에 최근 내용증명을 보내고 명도소송에 들어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전셋값은 9일 현재 평당 평균 3백23만원으로 가장 낮았던 98년 6월보다 1백5만원 올랐으며, 수도권 5개 신도시도 1백11만원 오른 2백86만원선이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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