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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얼굴’ 동성로 간판 바꾸니 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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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구 중구 동성로 모습. 이전에는 길이가 긴 돌출 간판이 걸려 있었으나 간판 시범거리 조성 뒤(오른쪽)에는 간판의 숫자와 크기가 많이 줄었다.[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시 중구 대우빌딩 옆 동성로 입구. 대구역·롯데백화점·시민회관과 동성로를 오가는 사람이 거쳐가는 길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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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크기의 간판에 삐뚤삐뚤한 글자가 눈길을 끈다. 산돌광수체·샘물체·신명조체 등 다양한 글자체의 간판이 이어진다. 빨강·파랑 등 원색이 많았던 글자 색도 황토·보라 등 다양한 색으로 바뀌었다. “깔끔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회사원 이지민(24·여)씨는 “간판 수가 줄어들고 디자인도 세련돼 동성로의 모습이 한결 나아졌다”고 말했다.

‘대구의 얼굴’ 격인 동성로가 또 한차례 변신했다. 올 5월 인도블록 등을 정비하는 공공디자인 사업이 끝난 데 이어 간판 정비사업도 마무리됐다. 가장 큰 변화는 간판의 크기가 작아지고 숫자가 줄었다는 것이다.

동성로의 곡각지점(커브지점)에 위치한 점포의 경우 많게는 다섯 개의 간판을 걸고 있었다. 넓고 긴 가로형 간판 두 개에 크고 작은 돌출형 간판 3개를 내건 곳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 않은 곳에는 2∼4개의 간판이 걸려 있었다. 옆에서 보면 길쭉한 돌출 간판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정비사업으로 간판 수가 가로형과 돌출 등 2개(커브지점 업소는 3개)로 줄었다. 건물 옆에 내거는 돌출간판의 길이도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 시민들은 “어지럽고 산만해 보이던 거리가 시원스럽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동성로의 ‘간판 시범거리 조성사업’은 지난해 4월 시작돼 지난달 말 완료됐다. 모두 12억5000만원이 들었다.

대우빌딩∼대구백화점(670m) 226개 업소(건물 116개동)의 간판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중구는 이곳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간판을 규제하는 특정구역으로 지정했다.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간판 정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중구는 업소당 간판 제작과 외관정비 작업비로 업소당 최고 500만원을 지원해 간판 교체에 나섰다. 지원액은 간판 정비 비용의 80∼90% 수준이었다.

초기엔 상인들의 반발이 심했다. “경제난으로 어려운 마당에 간판 교체가 웬말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도심이 변화하면 찾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며 설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상인 40여 명과 부산의 간판정비거리인 광복로를 찾아 간판디자인 개선의 이점을 설명했다. 글씨체·간판 모양 결정에 업소 주인의 의견을 대폭 반영했다.

신라귀금속백화점 이용선(55) 사장은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업소마다 간판 크기 경쟁을 해왔지만 동성로의 미관을 위해 모두 동참키로 했다”고 말했다.

중구는 동성로 대구백화점에서 덕산빌딩 골목 구간(460m)의 간판 정비사업도 펴고 있다. 동성로 상인들은 “간판 크기가 작아지면서 이전보다 거리가 어두워진 것이 흠”이라며 개선을 바랐다.

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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