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데이콤과 소액주주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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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LG그룹 계열 데이콤이 이사회의 절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그 중 절반은 소액주주 대표격인 참여연대 추천 인물을 선정키로 했다.

또 사외이사가 3분의2 이상 참여하는 감사위원회에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너무 굽힌 것 아니냐' 는 지적과 함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는 획기적인 변화다.

아직도 상당수 재벌기업의 경영 투명성이 국제기준에 미흡하고, 오너 전횡(專橫)과 부도덕 사례가 끊이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소액주주 운동의 개가(凱歌)이기도 하다. 데이콤뿐 아니라 참여연대의 타깃으로 꼽힌 기업 중 현대중공업과 SK텔레콤도 사외이사를 규정보다 1년 앞당겨 올해부터 이사회의 절반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이사회 활성화와 외부감사 강화를 통한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란 정부 시책과도 맞는 것이라 재계에 확산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문제와 과제도 적지 않다. 과도기적 현상이라 하지만 소액주주가 대주주와 거의 비슷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 사실이다.

또 이런 변화가 바람직한 경영 모델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칫 명분에만 집착해 사사건건 경영에 지나치게 간여하려 들거나 발목을 잡을 경우 되레 부작용과 갈등만 증폭한다는 점에서 전문성과 자제, 그리고 운용의 묘가 요구된다.

장기적으론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 현재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은 획일적으로 이사회의 절반을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사외이사의 자질 시비가 벌어지고 기업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 제도는 궁극적으로 기업이 필요해서 스스로 찾는 쪽으로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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