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엔 지역감정, 한손엔 색깔논쟁…JP 계산된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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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 손엔 지역감정, 다른 손엔 색깔론' , 시끄러워지면 "그런 적 없다" - .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의 행태에 대한 여론비판 중 한 대목이다.

JP의 말 한마디에 총선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충청도(부여)에서 'DJ지역감정 원조론' 을 편 지 나흘 만인 6일 강원도(홍천)에서 JP는 '친북(親北)장관' '현 정권 핵심부 내 찬탁(贊託.해방 후 신탁통치 찬성)경력자 존재' 를 주장했다.

부여 발언은 지역감정 소용돌이를 일으켰고, 홍천 발언은 자연히 색깔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7일 JP는 뒤로 한발 뺐다. 찬탁인사 문제에 대해 JP는 이덕주(李德周)공보특보를 통해 "현 지도층에 그런 인사가 있다는 얘기지, 특정인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 고 두루뭉실하게 넘어갔다.

JP가 전날 이 발언을 하면서 "찬탁을 한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이 (왼쪽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이런 자리에 있다" 고 주장, 김대중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친북장관 얘기도 마찬가지. JP는 "진보주의자가 장관이 되더니 6.25때 (괜히)대항해서 통일기회를 놓쳤다' 고 해 우리가 경질하도록 야단쳤다" 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덕주 공보수석은 "(JP에게 물어봤는데)현 정권 사람은 아니라더라" 고 해명했다.

오히려 "언론이 너무 심각하게 반응했다는 것" 이 자민련의 주장이다. 그러나 JP의 이런 모호한 태도는 계산된 득표전략이라는 시각이 많다.

우리 사회에 민감한 쟁점을 건드리고 시끄러워지면, 명쾌한 해명 없이 슬며시 뒤로 빠지는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지역감정 문제와 색깔론을 터뜨리면 다른 당도 뛰어들 수밖에 없어, 흙탕물 선거 상황을 JP가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는 게 비판론자들의 얘기다.

JP는 과거에도 "수박처럼 겉은 퍼런데 속은 벌건 세력이 있다" (1992년 총선), "붉지도 희지도 않은 회색이 더 무섭다" (96년 총선)는 색깔론을 제기하면서 구체적으로 상대를 적시하지 않았다.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냐는 논란이 있을 때 "나는 사람을 비판할 때 자연인의 이름을 특정하지 않는다" "있다면 있는 줄 알아" 하는 식으로 반응했다.

지역감정 문제도 비슷한 접근자세를 취한다. "내가 지역감정을 부추긴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이 있으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이 잘못 얘기한 것을 비판한 사람을 오히려 때리는 게 민주주의냐" 고 주장했다.

그리고 "대통령제는 지역감정이 불가피하다" 면서 내각제 필요성으로 연결했다.

JP가 돌리는 색깔론과 지역감정의 물레방아는 5년, 10년 세월이 흘러도 계속 돌고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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