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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사모투자전문회사) 설립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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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설립을 허용하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장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자산운용업계에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연기금의 PEF 투자근거 조항이 빠지고 산업.기업은행의 출자에도 제한이 생긴 점 등은 아쉬워하면서도 PEF가 한국 자본시장 발전의 한 획을 긋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께면 이제껏 외국계 자금의 독무대였던 국내 PEF 시장에 토종 사모투자펀드가 뛰어들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누가 뛰나=자산운용사 중에는 미래에셋 계열의 맵스자산운용과 KTB자산운용 등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 운용사는 그간 인수.합병(M&A) 투자 경험을 쌓아왔다. 맵스자산운용 김종규 상무는 "이미 투자할 의사가 있는 기관 자금을 2000억원가량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인천정유 입찰 등에 참여했던 투자 경험을 살려 곧 PEF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펀드' 추진의 실무역이었던 김영재 금융감독위원회 전 대변인이 회장을 맡은 칸서스자산운용도 10일 자산운용업 본허가를 받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김 회장은 "금융구조조정이 집중되던 시기의 금융감독 실무 경험을 되살려 M&A.구조조정.부실자산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3개월 이내에 개인.기관으로부터 1000억원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신한지주.하나은행 등 은행들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은행은 무엇보다 돈이 많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과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나섰던 경험도 PEF 운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투자 대상은=중소기업에서 우리금융 같은 대형 금융회사까지 모두 가능하다. 특히 워크아웃이나 화의, 법정관리 대상기업 중에서 자본과 경영 노하우를 지원하면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업들이 주로 투자 대상이다.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옛 대우그룹 계열사들도 타깃이 되고 있다.

최근 증시에서는 삼성물산.SK.현대자동차.한화.LG.GS홀딩스.한솔제지.대한항공.대림산업.코오롱 등을 PEF 수혜주로 뽑기도 했다. 현금흐름이 좋고 저평가된데다 관계회사 투자지분 가치도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KTB 장인환 사장은 "경영을 잘하고 있거나 주인이 확실하게 있는 삼성물산 같은 회사들은 PEF의 매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 큰 장(場) 설까=이헌재 부총리가 법 통과 후 "사모펀드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인정했듯이 큰 기대는 금물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가장 공을 들였던 연기금의 참여가 막혀 있는 게 문제다.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계속 미뤄지면 제대로 된 PEF 시장이 서기는 어렵다. 뭉칫돈이 안정적으로 투입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금융 같은 대규모 금융사를 인수하기 힘든 것이다.

사업비가 수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PEF도 연기금의 투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재 고속도로 건설 등에 투자하면 15~16%의 수익이 나는데 대부분 외국회사 주도의 컨소시엄이 독식하고 있다.

일반 기업의 사모펀드 참여도 낙관하긴 힘들다. 국회는 일반 기업이 투자한 PEF는 은행지분을 10%까지 가질 수 있게 하되, 4% 초과분에 대해선 자금의 출처를 보고하도록 법을 고쳤다.

서경호.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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