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코드] 13. 가르침과 삶이 일치했던 소크라테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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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셨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감옥이다. 아크로폴리스 건너편 작은 숲 속에 있는 이 감옥이 정말 소크라테스가 갇혔던 곳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스 정부는 오랫동안 근거 없는 설이라고 부정해 오다 최근 들어서야 이곳에 "소크라테스 감옥"이라는 안내 팻말을 붙였다.

소크라테스는 진리가 무엇인지 안다고 큰소리치는 상대방에게 자신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으니 가르침을 달라고 하며 대화를 해 나갔다.

그리고 끊임없이 상대방의 대답이 불확실한 부분을 들춰내 상대방으로 하여금 끝내는 자신의 지식이 정확하지 않거나 아니면 틀렸음을 인정하도록 만들었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스스로 무지를 깨닫게 하는 방법을 '산파술'이라 불렀다. 산파가 이미 뱃속에 들어 있는 아이를 태어나도록 도와 줄 뿐 아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것처럼 소크라테스 자신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하여 보다 현명한 지혜에 이르도록 도와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상대방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 많았다. 더구나 소크라테스는 상대가 정치인이든 시인이든 유명한 조각가이든 가리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권위를 내세우고 건방을 떠는 군상이 스스로 무식을 고백하는 모습에 쾌재를 불렀다. 그러고는 소크라테스의 방법을 흉내 내 도시의 실력자들을 괴롭혔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아테네의 유력한 시민 몇몇이 소크라테스를 신에 대한 불경죄와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목으로 고소했다. 그 재판에서 소크라테스는 예상을 깨고 사형 선고를 받았다.

친지들은 그에게 옳지 않은 판결에 따를 필요가 없으니 국외로 도주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담담하게 사약을 마신다.

시민으로서 국가의 재판을 따르지 않는 일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이와 같이 '아는 대로 행동하라'는 자신의 가르침을 스스로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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