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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 교황청 방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로마〓김진국 기자]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는 4일 오후(한국시간)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교황청을 국빈방문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예방했다.

올해 79세인 교황은 매우 느린 걸음으로 서재에서 나와 한국말로 "찬미예수, 감사합니다" 라며 미소를 띤 채 악수를 나눴다.

▶교황〓한국 교회를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김수환 추기경.정진석 대주교에게 안부를 전해달라.

▶金대통령〓북한에 가시는 계획을 가지고 있나.

▶교황〓그런 계획이 없다.

▶金대통령〓만일 북한에 가시면 한반도 평화에 대단히 기여할 수 있고, 아시아나 국제평화를 위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효과와 영향과 축복이 있을 것이다.

▶교황〓그렇게 될 수 있으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金대통령〓이번 방문이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고통을 겪었던 우리 국민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고 나아가 21세기를 개척해 나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용기를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교황〓1984년, 89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조용한 아침의 나라' 국민이 보여준 따뜻한 환영과 우정.환대를 잘 기억하고 있다. (남북한)화해를 향한 길이 멀고도 험난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낙담하지 말기 바란다.

회담 뒤 교황은 자신의 초상이 새겨진 기념메달과 바티칸 박물관 안내책자를, 金대통령은 금속제 거북선 모형과 백자항아리를 선물했다.

교황은 '경천애인(敬天愛人)' 이 쓰인 백자의 뜻을 물었고, 金대통령이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으로 저와 제 아내가 직접 쓴 것" 이라고 말하자 "아름답다" 며 감사의 뜻을 표시.

◇ 교민 만찬〓5일 숙소인 그랜드호텔에서 교민 2백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농담으로 웃음을 유도한 金대통령은 "지난해에 기업이 큰 이익을 냈다" 며 "어느 대기업 간부가 '수조원을 벌었는데 40%는 대통령 덕' 이라고 말해 나는 속으로 '60% 이상이지' 라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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