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돈벌기] 시세보다 싸게 '내집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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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세들어 있는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경매 부동산에 관심을 둬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뤘습니다."

부동산 경매는 아무래도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여간해선 경매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3층 건물의 지하를 빌려 조그만 가내공장을 운영하는 박수환(46)씨도 마찬가지로 평소 경매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봄 세들어 있는 건물이 경매에 부쳐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보증금 1천5백만원을 떼이고 말로만 듣던 강제 퇴거를 당하게 될 처지에 놓이면서 경매에 대해 생생한 경험을 하게 됐다.

경매로 넘어간 건물이 다행히 낙찰된 뒤 잔금 납부 때까지 7개월의 기간의 여유가 생긴데다 새 주인과 협상을 통해 이사 기간 3개월을 양보받는 등 10개월 동안 월세(총 7백만원)를 내지 않아 사실상 보증금의 절반 가량을 건졌다.

또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지다 보니 3개월 뒤 종전과 같은 임대조건으로 재계약을 해 이사가지 않고 공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경매가 그렇게 복잡한 것이 아닌데다 무엇보다 값싸게 부동산을 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 참에 경매로 내 집을 마련해 보자' 고 나섰다.

평생 모아둔 돈이 9천만원 정도. 그동안 낙찰자를 대신해 박씨와 퇴거 문제를 협의해 온 경매컨설팅회사에 금액 규모에 맞춰 경매 아파트 물건을 소개받았다.

공장에서 멀지 않은 하남시 덕풍동의 현대아파트 25평형이었다. 하남시 신장택지지구와 가깝고 한강변 미사리와 양평으로 통하는 팔당대교까지 자동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어 주거.교통여건이 괜찮은 편이었다.

감정가 8천8백만원이었으나 한 번 유찰돼 최저가가 7천40만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주변 시세를 알아보니 9천5백만원으로 적지 않은 시세차익도 기대됐다.

지난해 말 입찰에 참여해 7천5백80만원에 낙찰했다. 2, 3위와는 불과 40만원과 60만원 차이로 자칫 놓칠 뻔했다.

낙찰금 외에 등록.취득세와 컨설팅수수료 등 4백만원의 비용을 포함해 총 7천9백80만원이 들었다.

최근 이 아파트로 이사를 한 박씨는 당장 팔아도 1천5백만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지만 그냥 살 생각이다. 평생 처음으로 마련한 '내집' 이기 때문이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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