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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세대' 소설 영상화 시도 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젊은 소설' 이 영상화 바람을 타고 있다.

김영하(32)씨의 소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가 지난 18일 MBC TV의 베스트극장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데 이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백민석(29)씨의 새 장편 '목화밭 엽기전' 과 이미 발표된 하성란(34)씨의 '루빈의 술잔' 과 김미진(39)씨의 '자전거를 타는 여자' 가 영화화 제의를 받고 있다.

백씨의 작품은 영화기획사와 계약을 마치고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으며, 하씨와 김씨의 작품은 영화감독과 기획사에서 제작사를 찾고 있는 중이다.

김영하씨의 경우 지난해 7월 '사진관 살인사건' 이 KBS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며, 데뷔작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는 1997년 영화촬영까지 들어갔다가 영화사 사정으로 중단된 적이 있다.

이같은 원작 소설의 영화화.드라마화 움직임은 지난 70년대에 활발했다가 90년대 들어서는 거의 사라졌다.

70년대 최인호씨의 경우 '별들의 고향' 등 발표되는 거의 모든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대중적 소설의 영화만들기가 붐이었다.

그러나 대학가 풍속도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방황과 갈등을 그린 소설의 영화화 붐은 80년대 이념의 시대를 지나면서 대중적 관심에서 밀려났다.

최근 새롭게 소설이 영화.드라마의 원작으로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젊은 작가들의 글이 가진 '영상적' 이라는 특성과 한국 영화붐이라는 영화계의 흐름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씨는 "90년대 작가들은 어려서부터 TV.영화.게임등 영상매체 속에서 자랐기에 글쓰기 자체도 영화적이다. 장면전환이 빠르고 이야기가 기발하고 뚜렷하다" 고 분석했다.

김영하씨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엘리베이터에…' 는 억세게 재수 없는 날 당했던 여러 사건들이 빠르게 진행된다. '사진관' 은 살인사건을 추리적 기법으로 풀어가며 극적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에…' 를 만든 정운현 PD는 "소재가 특이하고 얘기가 재미있어 만들었는데, 시청자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며 "원작소설을 더 많이 드라마화 하겠다" 고 말했다.

'목화밭 엽기전' 은 차갑고 섬뜩한 폭력의 세계를 다룬, 말그대로 '엽기적' 인 장편소설이다. 멀쩡한 남녀가 남자를 납치해 지하실에 가두고 고문하고 살해하는 장면들이 인간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평론가 황종연씨는 "연극화된 행동이나 장면들은 시각적 측면에서 호러.스릴러.갱스터 영화" 라며 이같은 글쓰기가 '대중소비 문화속에서 성장한 세대' 이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백씨의 글쓰기는 이같이 영상세대의 일탈적이고 폭력적인 감각을 극적으로 표현했기에 영화적이며, 영화 '조용한 가족' 이나 '주유소 습격사건' 처럼 젊은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자전거를…' 은 히말라야라는 이국적 배경, 바람난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고 연인을 따라 죽음을 택하는 극적인 마무리 등에서 영화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루빈의 술잔' 도 갑작스런 남편의 실종으로 세상과 담을 쌓은 여자가 주민등록번호가 같은 여자의 집에 살면서 삶의 희망을 찾는다는, 스토리가 특이한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최근 한국영화 붐이 일고 있지만 소재가 될 이야기꺼리가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원작소설을 많이 찾게된다.

특히 젊은 작가들의 감각은 일탈을 꿈꾸는 젊은 층의 정서에 가장 밀착해 있기에 대중적인 성공의 가능성도 높다" 고 말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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