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콜라 '완패 인정'…코카·펩시 아성 못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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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1998년 5월. 도전적 기업가 정신의 상징적 인물인 영국 버진그룹의 리차드 브랜슨(48)회장은 작업복 차림으로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섰다.

그는 그곳에서 '버진콜라 미국시장 진출 선언식' 을 갖고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에 도전장을 던졌다. 콜라의 본고장인 미국시장을 공략하지 않고는 세계 최고의 음료업체가 될 수 없다고 열변을 토했다.

1년9개여월 뒤인 지난 26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브랜슨 회장이 미국 콜라시장 공략에 실패했음을 정식으로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버진콜라는 당초 미국내 보수층에 깃든 유럽 향수에 기대를 걸었다. 히스패닉계의 수요가 어느 정도의 마켓셰어를 보장할 것으로 믿었다.

여배우 파멜라 앤더슨 리의 육감적인 몸매를 빼닮은 병 모양과 그녀의 애칭을 딴 '파미' 라는 콜라 이름을 내세워 청소년층을 집중공략했다. 그러나 코카와 펩시에 길들여진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음료업계 소식지인 '베버리지 다이제스트' 에 따르면 지난해 버진콜라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0.1%에 불과했다. 숱한 광고공세를 폈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그런 콜라도 있느냐" 며 최소한의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버진그룹의 미국담당 사장 밥 오프린은 "코카와 펩시에 대항하기란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은 무모한 싸움이었다 "고 말했다.

버진그룹은 이같은 실패를 교훈삼아 콜라 대신 과일쥬스와 강장음료를 내세워 미국시장을 다시 공략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LA에 있던 미국본부를 최근 계열사인 버진 어틀랜틱 항공사 본부가 위치한 코네티컷으로 옮겨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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