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수습카드 뭔가] "선거결과로 재신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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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5일 '조기 전당대회' 카드를 꺼냈다.

분당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승부수다. 李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총재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총선 직후 공천과 선거 결과에 대해 재신임을 받겠다" 고 다짐했다.

선거에 지면 총재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주류측 당직자들도 예상하지 못한 고단위 처방이다.

여기엔 지도부 인책론을 빨리 잠재워야 한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영남쪽에 주도권을 노리는 신당의 기세를 꺾지 않으면 李총재가 믿을 만한 지역기반이 없어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인 것이다.

그래서 李총재는 "당이 결속해 우리 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잡는 게 시급하다" 는 주장으로 인책론을 피해갔다.

당내 투쟁파인 김덕룡(金德龍)부총재와 강삼재(姜三載)의원이 제기한 인책론의 초점은 핵심 당직 개편에 맞춰져 있다.

이와 함께 李총재는 "공천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 고 말해 반발세력 무마에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부총재단 경선, 공직 후보자 공천의 예비선거제 등 비주류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유인책도 약속했다.

주류측 관계자는 "李총재가 당직 개편론을 받아들일 경우 공천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면서 "총선 결과에 정치생명을 거는 것으로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생각" 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비주류 상당수가 당을 떠난 만큼 총선후 전당대회를 치러도 총재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 또한 이번 수습안의 고려사항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金부총재 쪽에선 李총재의 '총선승리를 위한 단합' 을 수용하면서도 공천 파문에 대한 최소한의 가시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지도부 문책 논쟁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은 여기에서 나온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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