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본 한국] 운전중 휴대폰 사용 너무 겁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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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얼마 전 일이다. 저녁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택시를 타게 됐다. 출발한지 얼마 안돼 택시운전사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고 그 사람은 휴대전화를 받더니 통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웬 걸. 통화가 한없이 길어지는 것이었다.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만둬 달라' 고 만류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다행히 사고없이 집에 올 수 있었지만 그 시간이 그렇게 길 수가 없었다. 택시뿐 아니다. 승용차 운전자들도 운전하면서 한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하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2천4백만명을 넘어서는 등 휴대전화 보급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휴대전화 덕에 운전자들이 고장이나 긴급상황 때 신속히 대처할 수 있게 됐고 교통 정체상황을 미리 파악, 딴 길을 택하는 데도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는 반대로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때문에 달리는 차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거나 차선을 이탈,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늘고 있다.

미국 대부분의 주(州)에서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때 최고 1백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등 강력한 법적 제재에 나섰다. 싱가포르에서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한국 정부도 뒤늦게나마 정부 차원의 법적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휴대전화는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하다. 운전자들은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도 자율적으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자제 캠페인이 한국인들의 자동차 문화 선진화의 첫 단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웨인 첨리<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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