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선언한 자민련] 영남 끌어안기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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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이 야당이 되겠다고 나섰다.

22일 선대위 발족식에서 이한동(李漢東)총재는 '우리 당은 이제 야당' 이라고 선언했다. 이번 총선을 단순히 민주당과의 차별화 수준을 넘어 야당 이미지로 치르겠다는 다짐이다. 공동정권의 분열 양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는 전권을 李총재에게 넘겼다는 뜻으로 발족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 큰 그림 염두에 둔 야당 선언〓李총재는 "어렵고 외롭더라도 야당의 길을 간다" 고 못박았다. "민주당이 우리를 야당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 이라며 "보수 노선과 이념을 분명히 해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 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동정권의 상징인 박태준(朴泰俊)국무총리의 철수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화끈한 야당 모습' 을 띨 것이라는 게 李총재측의 설명이다.

당직자들은 전날 있었던 李총재와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의 단독회동을 떠올렸다. YS는 "DJ의 말은 믿을 수 없으니 내각제는 단념하고, 여당인지 야당인지 노선을 분명히 하라" 고 李총재에게 충고했다.

李총재의 측근은 "자민련이 반(反)DJ 및 야당 입장을 분명히 하면 YS와 영남권 리더들과 연대할 여지가 넓어질 것" 이라며 "야당노선은 '이한동체제의 자민련' 이 전국정당화하는 수단" 이라고 설명했다.

총선 구도가 1여(與)를 상대로 한 다야(野)의 선명성 경쟁으로 치달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특히 야당 선언은 李총재가 YS와의 밀담 내용을 JP에게 전달한 뒤 나온 것이어서 '3金관계의 변화 가능성' 에 주목하는 당직자들도 많았다.

◇ 공천 후유증.중앙당 후원회〓25억원을 목표로 63빌딩에서 열린 후원회는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로 어수선했다.

전날 한영수(韓英洙)부총재의 무소속 출마 표명에 이어 김종호(金宗鎬)부총재도 금명간 탈당을 포함한 거취 표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2심 재판에 올라 있는 원철희(元喆喜.충남 아산)전 농협 중앙회장이 공천되자 현역 탈락자인 이상만(李相晩)의원의 지구당원 5백여명이 상경, 항의했다.

영남권 의원들의 동요를 막으려고 선대위 수석부위원장에 지명된 박철언(朴哲彦)부총재가 불참했다. 朴부총재 등 영남권 의원들은 "민주당과 완전 결별해야 한다" 고 JP와 李총재에게 요구했다.

전영기.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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