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회의 명암] "우리동네엔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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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신지체아 특수교육 시설이 한 곳도 없는 경기도 동북부 지역에 특수학교를 건립하려는 교육당국의 계획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5년째 표류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1996년 5월 폐교된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리 덕소초등학교 팔당분교에 특수학교를 설립키로 했었다.

그러나 팔당호를 끼고 들어서 있는 유흥업소.러브호텔.음식점 주인 등 대다수 주민들이 "영업에 방해가 된다" "땅값이 떨어진다" 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반대해 추진이 지연됐다.

도교육청은 98년까지 3년 동안 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 및 설득작업을 벌였지만 허사였다.

이에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1일 폐교된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광전1리 별내초등학교 부지를 새로운 대상지로 정했다.

내년 3월까지 유치원과 초.중.고교생 정신지체아 3백2명을 수용하는 특수학교를 세운다는 방침도 정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또다시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8일 마을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 마을 주민들은 "땅값과 집값이 떨어진다" "가까운 곳에 쓰레기매립장이 건립되고 있어 특수학교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다" 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동네에는 정신지체아가 없기 때문에 시설이 불필요하다" 는 주장과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면 허용할 수 있다" 는 의견도 제시됐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달 안에 주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9월 이후로 개교가 다시 연기된다" 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 남양주시와 구리시에는 3백34명의 정신지체아가 있지만 지역 내에 특수학교가 없어 서울을 오가며 교육받고 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윤보영(尹普榮) 남양주지회장은 "일부 반대하는 주민들의 편협한 생각에 실망이 앞선다" 며 "장애인 및 가족들과 힘을 모아 특수학교 유치운동을 벌일 계획" 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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