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매케인 선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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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늘 열릴 미국 공화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예선은 대통령후보 지명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압도적 우세를 자랑해 온 부시 지사가 지난 1일 뉴햄프셔에서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의외의 일격을 당한 뒤 지명전의 긴장감이 크게 높아졌다. 부시의 낭중지물(囊中之物)로 보이던 사우스캐롤라이나도 예측불허의 접전장으로 바뀌었다.

승부는 일차적으로 투표자 수에 걸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뉴햄프셔에서 공화당원들은 두 후보를 고르게 지지했다.

그러나 비(非)당원의 지지가 매케인에게 집중됐고, 비당원 투표가 많았기에 매케인이 압승을 거둔 것이었다.

매케인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기대하며 투표자를 늘리는 데 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골수 공화당원 속에서의 우세를 자신하는 부시측에서 보면 약오르는 일이다. 비당원들, 심지어 민주당원들까지 몰려와 당원들이 원하지 않는 후보의 기세를 올려줘 후보지명전을 극심한 소모전으로 만들면 결국 양당간 대결에서 공화당이 불리해진다고 본다. 그래서 매케인을 지지하는 비당원들의 속셈이 뭐냐고 따져 묻는다.

그러나 한편에선 후보지명전의 열기가 국민의 관심을 끌어 공화당이 유리해진다는 시각도 있다. 치열한 접전은 후보들에게 상처를 남길 수도 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엄청난 광고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선에 참여하는 비당원의 일부가 입당해 국민정당의 기반을 넓히는 효과도 기대한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등 비당원을 예선에 참여시키지 않는 주에서는 예선참여를 위한 신규입당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존 당원들 중에도 밀실정치를 반대하고 정당 대중화를 환영하는 사람들이 매케인 지지로 많이 돌아서고 있다.

이런 기대감이 선거전 양상에도 영향을 끼친다. 접전이 치열해지면서 한 때는 인신 공격성 캠페인이 부쩍 늘어났다.

매케인도 부시를 '클린턴과 똑같이 믿을 수 없는 인물' 이라고 비난하며 공화당원의 지지를 다투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이 자기 이미지를 더럽힐 위험을 느끼자 네거티브 캠페인 중지를 선언했다. 부시의 자금과 조직력에 대항할 궁극적 무기는 개혁이미지뿐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그랜드 올드 파티(GOP)' 란 별명대로 보수(保守)의 깃발을 백여년간 지켜왔다. 그러면서 수구(守舊)의 함정에 아주 빠져버리지 않는 것은 문호개방 원칙 덕분이다.

후보지명전의 비당원 참여도 문호개방의 한 중요한 길이며 이를 통해 당의 기반이 송두리째 바뀌는 일도 가능하다.

공천심사에 비당원은커녕 당원들조차 배제되고 심사위마저 허수아비 소리를 듣는 우리 정당에는 이런 생명력이 없다. 예외가 있다면 민주노동당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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