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쁨] 전북 익산시 모현동1가 안현숙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설을 며칠 앞두고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철결핍성 빈혈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계속 어지럽고 정신이 맑지 않아 방에 누워있는 나를 보고 남편은 "이번 설날엔 시골에 나먼저 내려갈테니 당신은 차례를 지낸후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그래" 라고 말했다.

하지만 며느리인 내 입장이 어디 그런가. 음식준비는 못하더라도 먼저 내려가는게 도리일 것 같아 설 전날 남편과 함께 시댁으로 갔다.

그날 밤 온가족이 다 모이다 보니 방이 부족했다. 나는 보일러가 들어가지 않는 작은 방에서 자게 됐고 그런 나를 위해 남편은 초저녁 동네 친구들 모임에 나가기 전에 미리 방에 군불을 따뜻하게 지펴 놓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밤이 깊어져도 방바닥은 식을 줄 몰랐고 새벽녘까지도 너무 뜨거워 잠까지 설칠 정도였다. 다음날 아침 식사시간. 결혼한 시동생이 넌지시 물었다.

"형수님, 어젯밤 춥지는 않으셨습니까? 형수님 추우실까봐 저희가 자다말고 나가서 불을 지폈는데…. " 그러자 옆에 계시던 시어머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도 그랬니? 나도 새벽에 나가 불을 지폈는데…. " 나는 그순간 감격에 겨운 나머지 눈물이 핑 돌고야 말았다. 물질적으로 어렵게 살고 있는 시댁이지만 가족들을 진실로 사랑하는 작은 그 마음이 그 어떤 선물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머님, 삼촌! 그마음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더 잘해드릴께요. "

전북 익산시 모현동1가 안현숙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