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일 국채 신용 낮춘다"에 엔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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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도쿄〓남윤호 특파원]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일본의 엔화표시 국채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엔화를 팔아치워 엔화가치가 5개월 만에 달러당 1백10엔대로 급락했다.

무디스의 이같은 발표는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금융구조조정을 위해 대규모 적자 국채를 발행하고 있는 데 비해 경기가 아직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아 세수부족이 예상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무디스의 일본 엔화표시 국채에 대한 현재 등급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Aa1인데 이번에 검토되고 있는 강등 폭이 어느 정도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본 대장성은 "외국의 민간 신용평가회사의 평가에 대해 논평할 필요가 없다" 며 "일본의 재정악화는 그동안의 경기회복 노력에 따른 부산물이며 경기가 회복되면 재정형편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고 밝혔다.

일본정부는 올해 예산을 84조9천8백71억엔으로 책정했는데 세수가 48조엔에 그칠 전망이어서 지난해보다 1조5천6백억엔이 많은 32조6천1백억엔어치의 국채를 새로 발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세입에서 차지하는 국채의 비율인 국채의존도가 사상 최고인 38.4%로 높아지는데다 2001년 3월말까지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기채무는 모두 6백47조엔으로 불어난다.

한편 이날 도쿄에서 엔화가치는 전날보다 1.12엔 떨어진 달러당 1백10.12엔으로 마감됐다.

그러나 도쿄증권거래소에서는 무디스의 발표로 인한 엔저현상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해 닛케이평균이 전날보다 1백92.22엔 오른 19, 791.40엔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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