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국에선 대규모 공장 짓는데 우리만 규제하면 경쟁력 뒤질까 걱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온실가스 감축방안에 대한 산업계 입장은 ‘최대한 감축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업종별 특성이 반영돼야 한다’로 요약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논리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제조업이 강한 산업구조다. 또 기존 생산설비의 에너지 효율이 높아 단기적으로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업종 특성을 반영해 구체적인 감축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국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 의지를 인정받고 국내적으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촉진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향후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제도를 마련함에 있어 산업계 내부에 갈등이 생기지 않고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에 대한 지원 대책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제품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정유·화학 업계는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어느 업종보다 높다. 현대제철의 이종인 전무는 “2005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00만t이었고 고로 제철소 설립과 시설 확장에 따라 2020년엔 3200만t으로 예상된다”며“어떻게 배출량을 줄여나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축 총량만을 정한 만큼 대형 건물이나 가정, 비제조업 분야에서의 감축량을 더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이경훈 상무도 “에너지 절약 및 효율 향상, 혁신기술 개발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 하지만 산업별 특성에 맞는 감축 목표와 추진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정유사들은 최근 저가의 벙커C유를 이용해 고가의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을 뽑아내는 시설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시설투자가 늘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보원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상근 부회장은 “인도·중국에서 대규모 공장 건설이 진행되고 있고 생산도 일부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크게 강화하면 경쟁국에 비해 생산량을 줄여야 하고 경쟁력도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기가스 규제에 영향을 받는 자동차업계는 연료 효율이 높은 차량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하지만 배기가스량을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는 철강·석유화학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부담은 작지만 감축 기준이 엄격히 적용되면 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한 시설투자 부담이 추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염태정·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