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수입은 악' 인식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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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지난 1월 한달동안 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함으로써 26개월 동안의 흑자행진을 멈추었다.

이에 따라 올해 흑자목표 1백20억달러를 달성하지 못할 뿐 아니라 또다시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전의 무역적자 상태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회 일각에선 '수입 46% 늘어 사상 최대' 등 수입이 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입은 수출에 반한다' 는 정서와 '수입이 늘면 수출이 상대적으로 감소된다' 는 단선적인 통념, '수입은 악이고 수출은 선' 이라는 이분법적 발상에 근거하고 있다.

정책 당국의 발표를 잘 살펴보면 적자원인은 일시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번 1월 중 무역수지 적자의 주된 원인은 연내에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리라는 불안심리때문에 이를 미리 확보하려는 계절적 가수요과 원유 등 에너지 수입비용이 급등한 데 있다.

1월 중 우리나라 총 수입액은 1백26억3천1백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대비 46.3% 증가했다. 그러나 품목별로 보면 원자재가 46억6백만달러로 62.8% 늘어났고, 자본재가 30억1천5백만달러로 42.2%가 증가했지만 소비재는 7억3천3백만달러로 42.0% 늘어나는데 불과했다.

이를 총수입 증가율에 대한 기여도별로 보면 원자재(32.5%).자본재(16.4%).소비재(4.0%)의 순으로 원자재가 수입증가세를 주도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구조적인 수입국가로 수출대국을 지향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뚜렷한 부존자원도,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신기술도 미비하다.

따라서 산업발전과 수출증진을 이룩하면서 나날이 증가하는 삶의 질에 대한 국민의 욕구충족을 위해 수입은 선행요건이다.

더욱이 국제화.개방화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수입에 대한 인식을 전향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선진기술을 효율적으로 국내에 도입하고 우리나라에 없는 각종 원자재 및 자본재를 보다 값싸고 빠르게 국내 산업계에 공급해주는 등 유리한 수입을 통해 효율적 수출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수출증진을 위한 인식의 전환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입 마케팅' 기술의 개발이 절실한 때라고 생각한다.

이성희 <한국무역대리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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