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민족작가회의 새로운 출발 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이문구)가 보다 젊고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작가회의는 최근 이사회를 새로 구성, 젊은 작가들을 대폭 영입하는 한편 진보적 이념을 강조했던 그간의 활동에서 벗어나 순수 창작에 무게를 실어 올해 사업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거리를 두어왔던 문학과지성사 그룹들이 임원진에 대거 포함됐다. 문학과지성사 대표인 김병익(평론가)씨를 비롯, 김원일(소설).김주연(평론)씨등 중진급이 자문위원이 됐다.

문학과지성사의 중견들인 김원우(소설).성민엽(평론).오정희(소설).이성복(시인)씨 등은 이사로 선임됐다.

창작과 평론을 중시하는 문학과지성사 그룹은 80년대말 작가회의가 만들어질 때 진보적 이념과 운동을 강조하자 이에 반대해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인물은 자문위원으로 영입된 김지하(본명 김영일.시인)씨. 지난 91년 시위학생들이 잇달아 분신하자 이에 관한 글을 썼다가 이것이 문제가 돼 작가회의에서 제명됐었다. 당시 김씨는 "애당초 가입한 적이 없었다" 며 작가회의와 결별을 선언했었다. 김씨의 이번 참여는 이문구 이사장의 간곡한 권유를 받아들여 이뤄졌다.

李이사장은 "무엇보다 문학의 발전을 위해 선후배가 협력해가는 일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데올로기나 철학의 다양성을 모두 포괄한다는 의미에서 그동안 소원했던 많은 사람들을 모셨다" 고 밝혔다.

면면이 젊어진 것도 큰 특징. 우선 신임 이이사장이 전임 신경림씨보다 다섯살 아래며, 사실상 실무를 총책임지는 상임이사에 새로 뽑힌 김정환(시)씨 역시 전임 이시영(평론)씨보다 다섯살이 어리다. 분과위원장 가운데는 10여년 이상 젊어진 경우도 있다.

이밖에 90년대 문단의 주인공이었던 젊은 여성소설가들인 양귀자.신경숙.공지영.김인숙씨 등이 이사로 합류했다.

34세인 나희덕(시인)씨는 최연소 이사다. 李이사장은 "문인들을 대표하는 조직이 노화해서는 안된다" 며 젊은 문인들이 의욕적으로 참여하길 희망했다.

작가회의는 또 올해 시.소설.평론 등 각 분과별로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잡지를 만들어 정례적으로 품평회를 갖고, 인터넷 창작마당을 개설해 회원들의 글을 일반인들에게 수시로 공개하는등 실질적인 창작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다.

오병상 기자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