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 진학지도, 교사가 중심이 돼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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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국 고교 교사 700여 명이 회원인 전국진학지도협의회가 학원과의 대입상담·진학지도 경쟁을 선언했다. 일선 고교 데이터를 취합해 대학 배치기준을 만드는 등 학원보다 더 품질 높은 대입 가이드 자료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학원에 내줬던 진학 상담과 지도 역할을 학교와 교사가 되찾아 오는 일에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대학 진학 상담과 지도의 사교육 의존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도 수능이 끝나고 본격적인 입시전쟁이 시작되면서 사교육업체의 입시설명회장은 수험생과 학부모들로 연일 북새통이다. 복잡한 전형 방법으로 갈피를 못 잡는 수험생과 학부모를 겨냥한 수십만, 수백만원짜리 입시컨설팅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마디로 학생의 대학 진학지도에 학교와 교사는 뒷전이고 학원과 학원이 만든 ‘대학 배치표’가 군림하고 있는 꼴이다.

이런 상황 역시 공교육의 왜곡현상이다. 대학 진학 상담과 지도 역시 고교 교육의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의 움직임을 계기로 각 학교와 교사가 진학지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진학담당 교사와 고3 담임교사들은 입시요강 등 입시 관련 자료를 철저히 분석하고 공부해 진학지도 전문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협의회는 체계적인 진학지도 자료를 마련해 일선 교사들에게 제공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단위학교 진학컨설팅, 진학지도 교사 연수, 학부모 대상 진학설명회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 물론 첫술에 배 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진학지도 교사가 입시를 모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의 몫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인 노력을 하면 이루지 못할 일도 아니다.

대학들도 입시 결과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고교 교사들이 용이하게 진학지도를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서울대가 합격자의 고교 유형별 분포나 교과영역 점수 분포, 논술 평균 점수 등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 합격자의 평균 수능 등급 공개 등 한 발짝 더 나가는 대학의 전향적 자세가 있어야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