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열성팬 후원 '삼척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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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엄마랑 같이 있으니 좋지?" "핸드볼 경기장이라서 더 그래요."

삼척 궁촌초교 교사인 안민영(36)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핸드볼 폐인'이다.

핸드볼 경기가 열리는 곳이면 천리를 멀다 하지 않고 찾는다. 지난 겨울 핸드볼 큰잔치 때는 가족을 데리고 세 번 서울 잠실체육관 나들이를 했다. 일요일인 5일에는 모교인 삼척고 경기를 응원하러 승용차로 다섯시간 거리인 의정부에 다녀갔다.

경기장에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응원을 해 대는 바람에 핸드볼 관계자들에게서 '일당백'이란 별명도 얻었다. 목소리가 일백명이 함께 외치는 것 같대서다.

'핸드볼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핸사모)이라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ilovehandball)도 운영한다. 지난 올림픽에서의 한국-덴마크전 명장면을 비롯해 각종 세계대회, 국내외 경기의 동영상과 사진을 수백개 올려 놓았다. 윤경신.임오경 선수 등 해외파의 활약상도 챙긴다. 사실 윤.임 선수도 카페 회원이라고. 대한핸드볼협회 홈페이지 자료실을 댈 게 아니다.

나아가 가족까지 핸드볼 폐인으로 만들었다. 세살배기 딸이 아는 유일한 운동이 핸드볼이요, 초등학교 2학년 아들도 "핸드볼 경기장 가자"면 '야호'를 외친단다. 부인은 '핸사모' 공동운영자. 매일 서너시간씩 컴퓨터에 붙어 회원들이 올린 글에 댓글을 단다.

그의 핸드볼 사랑은 삼척초교 5학년 담임이던 1998년 시작됐다. 반 아이가 핸드볼 선수로 나선 것이 계기였다.

"운동하는 아이들은 친구.교사와 얘기할 시간이 적어 서먹서먹하게 지내더라고요. 그래선 안되겠다 싶어 연습하는 데 뻔질나게 드나들었죠. 그러면서 연습 경기를 자꾸 보니 빠르고 격렬한 것이 그렇게 재밌을 수 없더군요."

지금은 카페 회원들을 중심으로 9일부터 대구에서 열리는 실업 핸드볼 경기 한 게임씩 보러가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 경기 시간이 평일 오후 1, 3시예요. 이 때문에'백수나 보라는 거냐'고 불평하는 회원이 많습니다. 핸드볼이 관객을 끌려면 경기 시간 배려부터 필요하지 않을까요."

삼척=권혁주 기자<woongjoo@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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